본문 바로가기
시선

우주 영화 그래비티(Gravity, 2013)

by 송거부 2023. 3. 1.
반응형
 
그래비티
허블 우주망원경을 수리하기 위해 우주를 탐사하던 라이언 스톤 박사는 폭파된 인공위성의 잔해와 부딪히면서 소리도 산소도 없는 우주 한 가운데에 홀로 남겨지는데...
평점
8.1 (2013.10.17 개봉)
감독
알폰소 쿠아론
출연
산드라 블록, 조지 클루니, 에드 해리스, 오르토 이그나티우센, 팔두트 샤마, 에이미 워렌

 

 

H_10년 전 학원 선생님께서 영화 '그래비티'를 보고 오셨는데, 정말 재미있었다고 강추하셨던 게 갑자기 생각났다. 당시 수험생이어서 못 봤는데, 지금이라도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답답해

그럴 줄 알았는데, 역시나였다. 나는 답답한 영화를 잘 못 본다. 영화관에서 이런 답답한 영화를 마주하게 되면 참고 보고 다시는 안 본다. 집에서 영화를 봐도 마찬가지다. 아마 그래비티도 다시는 안 볼 것 같다. 답답해서. 주인공 라이언의 행동이 답답할 때도 있었고, 우주라는 공간도 낯설어서 답답했다.

한편으로는 배경음악도 없이 숨죽여서 보게 되는 이런 영화를 만드는 게 정말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중력은 소중해


게다가 우주라는 공간은 너무 넓고 무중력이라 하고 싶은 행동을 마음대로 잘 못한다는 점이 너무 답답하게 느껴졌다. 관성의 힘으로 멈추고 싶어도 못 멈추고, 충격을 받으면 받는 대로 계속 그 힘이 유지되는 우주라는 공간. 나는 너무 무섭다.

주인공 라이언은 더 답답하고 무서웠겠지. 지구에서처럼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으니. 이 영화를 보고 있으니 중력이 너무 소중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기


영화 초반 라이언은 나약해 보였다. 내가 더 호들갑 떨었을 것 같지만, 일이 터지고 멘붕와서 허둥지둥 하는 모습도 답답했다. 아무튼 여러 상황을 헤쳐나가면서 라이언은 점점 강해진다. 중간에 포기하려고 했었지만 곧 각성하고 집으로 돌아갈 행동을 취한다.

맞다. 끝까지 가기 전엔 아무도 모른다. 내가 요즘 느끼는 건 결과는 끝까지 가봐야 아는 거고, 잘 되기 전에 꼭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찾아오는 것 같다. 꼭 보상 받기 전 그 보상을 받을 만한 사람인지 시험을 받는 것처럼.

요즘 나는 매너리즘에 빠졌다. 나도 라이언처럼 각성하는 순간이 얼른 왔으면 좋겠다.


요즘 가장 많이 느끼는 점은 '뭐든 그냥 얻는 것은 없다'이다. 우주에서 지구로 돌아오고 싶어서, 살고 싶어서 아등바등 노력한 라이언은 지구로 돌아왔다. 나도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참고 인내하고 존버해서 결국엔 꼭 얻고 싶다.

 

그래비티, 중력은 우리가 생활하는데 절대 없어서는 안 될 요소 중의 하나이다. 그런 특징 때문인지 몰라도, 중력과 관련된 노래 제목들도 많다. 당신이 꼭 중력과 같다는 의미에서 말이다. 그렇게 우리는 중력을 항상 생각하며 살진 않지만, 중력 없이는 편하게 살기는 힘든 지구에서 살고있다.

영화 그래비티는 그 의미를 계속 생각하게 하는 영화였다. 중력이 없는 우주, 그곳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이다. 과연 주인공들이 지구로 돌아갈 수 있을지 궁금해하며 집중해서 감상했다.

 

미지의 세계 우주

어릴 때부터 꼭 하고 싶었던 것이 있다. 우주에 가는 것. 그래서 어릴 땐 우주비행사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고 나중에 어른이 되면 관광객으로라도 가야겠다고 마음먹고 포기했다. 물론 지금까지 우주여행이 상용화가 안 될지는 몰랐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우주를 무서워하는 사람과 우주를 동경하는 사람 별생각이 없는 사람 등 우주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 우주에 대한 무수한 감정들, 그 근원은 아마 미지의 세계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밤하늘은 우주 일부이다. 우리는 늘 그곳을 바라보지만 쉽게 다가가지 못한다. 그래서 어린 나는 우주가 아름답다고 느꼈던 것 같다.

 

존버는 승리한다


저런 상황에 내가 닥친다면 나는 과연 평정심을 잃지 않을 수 있을까? 영화를 보는 내내 그 생각뿐이었다. 라이언에게는 여러 번의 위기가 온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그가 겪는 일들을 내가 겪었다면 나 이미 죽었을 것이다. 그냥 포기했을 것이다.

처음부터 혼자 우주를 부유하게 됐을 장면부터 포기하지 않았을까 싶다. 뒤에 맷이 사라질 때 같이 따라갔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라이언은 포기하려고 하는 순간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살고자 움직였다.

그렇게 지구에 도착하고, 마지막에 그를 끌어당기는 중력을 느끼는 장면에서 나는 나도 모르게 감동했다. 무중력 상태에 익숙해진 라이언이 제대로 서지 못하는 모습은 라이언이 지구에 왔음을 보여주는 확실한 장면이자, 이 영화의 제목을 절대 잊을 수 없게 하는 특별한 장치였다.

 

눈에 보이지 않는 소중함


무수히 많은 중력과 관련된 노래가 있고, 우리는 중력의 영향력 아래 살지만, 중력을 늘 생각하며 살지는 않는다. 너무나도 당연해서 그저 늘 있는 존재이다.

중력을 생각하면서 내 주변에 당연해서 소중함을 몰랐던 것들이 생각났다. 그 대상이 사람일 수도 있고 동물일 수도 있고 사물일 수도 있다. 그것들에 다시 한번 감사함을 느꼈다. 좀 뜬금없지만.

 


H의 질문 1_나는 우주가 무섭다. 우주여행 갈 수 있다 해도 안 갈 거다. J는 어떤지?

앞에도 서술했지만, 우주여행을 가는 게 꿈이다. 그런데 우주가 무섭다는 말은 매우 동의한다. 지구에서 했던 모든 생활습관이 중력 하나로 다 뒤바뀌니까 말이다. 광활하고 끝 없는 우주는 심연을 닮아, 통제할 수 없는 공포감이 있을 거 같다.

 

H의 질문 2_ 영화 '터널'이나 '그래비티'처럼 주인공이 혼자서 분량 다 차지하는 답답한 영화. J는 호불호 중 어느 쪽인가?

불호다. 나도 답답하다고 느낀다. 그런데 이 질문을 받고 생각해보니까 배우라면 꼭 한 번쯤 해보고 싶은 영화이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H의 질문 3_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뭔가를 이룬 경험이 있는지?

대단한 걸 이룬 경험은 없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이룬 경험이라면 아주 사소하지만 있다. 원래 지구력이 약하고 뒷심이 없어서 그런지 자주 포기하고 싶고 그만두기도 했다. 그래서 작은 일이라도 포기하지 않았다면 칭찬해줬다.

예를 들면, 학원 다닐 때 중간에 그만두고 싶었지만 그만두지 않고 끝까지 다녀서 수료했다든가, 영어공부를 매일 10분씩 일 년 동안 했다든가 하는 누가보면 보잘 것 없는 것들이다. 이룬 것은 모르겠지만 나와의 약속을 저버리지 않았다는 것에서 행복감을 느낀다.

지금도 포기하고 싶지만 포기하지 않고 계속 도전하고 있다. 그러다 보면 사람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거창한 목표에 도달할 수 있지 않을까?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