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점
- 8.6 (2007.08.15 개봉)
- 감독
- 신조 타케히코
- 출연
- 타마키 히로시, 미야자키 아오이, 쿠로키 메이사, 코이데 케이스케, 아오키 무네타카, 우에하라 미사, 오오니시 아사에
H_요즘 우주가 날 도와주고 있나?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거나 뭔가를 인지하면 그것이 얼마 안 가 영화나 책, 유튜브 등으로 정제된 깨달음이 되어 나에게 온다.
최근에 좋아하는 친구들과 ‘나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내년에 서른이 되는 막내에게 ‘서른이 되면 좋다’고 말했다. 그리고 나머지 친구들이 나이 먹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이야기를 막내에게 해주었다.
이 대화가 나도 모르게 인상깊었을까. 이번 ‘다만 널 사랑하고 있어’란 영화를 보니 이 대화가 딱 떠올랐다. 어려서, 몰라서 몰랐던 것들이 이제는 좀 보이는 것 같다.
뭔지 알 것 같다
시즈루와 마코토가 처음 만났을 때부터 시즈루가 대놓고 마음을 표현하기까지 영화를 보는 내내 조금 답답했다. 시즈루가 마코토를 좋아하는 마음을 너무 많이,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 같아서.
처음엔 ‘그렇게 말하면 마코토와 더 멀어지게 된다고!’라며 나름대로 그동안 쌓아온 나만의 연애 논리로 제삼자의 시각으로 영화를 봤다. 그런데 어느 순간 시즈루에게 감정 이입하게 되었다. 미유키와의 데이트 약속이 잡힌 마코토를 도와주는 장면부터.
그러고 보니 시즈루의 마음이 얼마나 아팠을지 상상이 안 간다. 좋아하는 남자와 한 집에 사는데, 정작 그 남자는 다른 여자를 좋아한다. 나름 자기 객관화가 잘 되어 있는 시즈루는 안다. 마코토가 자기를 ‘여자’로 봐주지 않는 이유를. 데이트하러 가는 마코토의 구두를 챙겨주는 시즈루의 마음은 어땠을까.
요즘 나 혼자 미는 나만의 유행어가 있다. ‘사랑은 재앙이다’ 이 말은… 맞는 것 같다.
생각은 ‘감정’에서 나온다는 말은 이 영화에서도 들어맞는다. 성장하면 병이 커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시즈루는 ‘사랑’을 선택한다. 마코토를 좋아하니까. 마코토에게 잘 보이고 싶으니까.
좋아하지만 지금은 이루어질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인걸까, 힘들고 어리숙한 마음을 정리하기로 맘먹은 걸까. 시즈루는 ‘행복해서 죽을 것만 같은’ 마코토와의 키스 후 그의 곁을 떠난다.
자신이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생각으로 좋아하는 사람을 떠나다니. 얼마나 마음 굳게 먹었을까. 이런 생각들이 자꾸 떠오르니까 괴로웠다.
몰라서
바보 마코토. 마코토라는 캐릭터를 보면서 현실적인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사람들과 가까이하고 싶지만 피부 약 냄새 때문에 그러지 못하는 그. 짝사랑하는 여자로부터 ‘꺼내짐’을 당한 그의 행동들은 나라도 그랬을 것 같다.
근데 잠깐 다른 말이지만 다들 대학생이라서 그런가 착하게(?) 지낸 것 같다. 마코토는 미유키와 몇 년을 함께한 것 같은데, 제대로 고백도 안 하고. 미유키도 잘 나가는 퀸카인 것 같은데 마코토 옆에만 있고 아쉬워하고. 좀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아무튼 마코토는 처음엔 미유키를 좋아한 게 맞는 것 같고, 시즈루에 대한 감정은 서서히 커진 것 같다. 예전에 나는 설레고 불꽃 튀는 감정만 사랑이라고 인지했었는데, 좋아하는 감정의 스펙트럼이 생각보다 넓다는 걸 최근에 알게 되었다. 마코토도 그랬던 게 아닐까?
시즈루에 대한 감정은 정말 몰라서 못 알아봤던 것 같다.
난 이 영화를 고등학생 때 교실에서 봤었다. 그때도 이건 느꼈다. 그리고 이번에도 느꼈다. 명장면에서의 전율을.
마코토가 성장한 시즈루를 다시 마주하게 된 건 시즈루의 개인전에서였다. 마코토와 키스한 후 진짜 여자가 된 시즈루의 모습으로. 이 장면만으로 이 영화는 그 소임을 다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이 연출이 마음에 든다. 사랑을 하는 여자의 모습은 아름답다는 생각이 드는 장면이다.
다만, 널 사랑하고 있어. 나에게도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날이 올까? (과연)
이제는 뭔가 조금은 알게 된, 나이 듦이 나쁘지 않은 이 시점에 나에게 큰 울림을 준 영화였다.
J_‘다만, 널 사랑하고 있어’는 일본 특유의 감성이 느껴지는 영화였다. 일본인들이 담아내고자 하는 청춘과 사랑의 결은 늘 비슷하다고 느낀다. 이 영화에서도 역시 그걸 느꼈고, 그 점은 나의 취향을 저격하기도 했다.
물론 이해가 안 되는 감정선도, 내용도 많이 있었다. 그래도 그럴 수 있지 생각하며 가볍게 바라보았다.
난 단지 좋아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사람을 좋아하고 싶었어
이 영화의 진주인공은 시즈루라고 생각한다. 그녀의 성장기, 첫사랑 이야기로 바라보았다.
겉모습만큼이나 순수한 그녀의 직진만 하는 사랑 이야기가 귀여웠다. 나에게 공감성 수치를 주는 장면도 있었지만, 나와는 전혀 다른 캐릭터라 신선했다. 나는 좋아하는 사람이 생긴다면 그저 멀리서 바라보고 절대 티를 내지 않는다. 티를 내는 순간 죽는 게임을 하는 사람처럼 말이다.
시즈루의 순수한 마음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대사가 바로, ‘난 단지 좋아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사람을 좋아하고 싶었어’이다. 그 대사를 보는 순간 와 저건 진짜 사랑이다, 싶었다.
그 사람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상대의 모든 것을 품고 싶어 하는 마음. 아가페의 정석과 같은 대사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나는 저 장면에서 이 영화의 결말을 예상했을지 모른다. 그녀의 사랑의 크기가 너무나도 커서 결국에는 자신을 모두 잃게 되는 결말을 말이다.
죽어도 괜찮아
시즈루는 성장하면 죽는 희귀병을 앓고 있었다. 그래도 사랑을 한 후에 성장을 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그 선택은 죽음을 향할 것이라는 걸 아는데도 말이다. 이런 주제를 어디선가 본 거 같아서 영화를 다 본 후에 이 작품에 대해 살펴보았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일본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원작 이치기와 타쿠지의 다른 작품이었다. 두 작품의 내용은 완전히 다르지만 말하고자 하는 본질은 같다.
바로 죽음을 각오하고도 선택하는 사랑, 그 무게가 얼마나 무겁고 어려울지 나는 예상할 수 없다.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두 영화 모두 내게 아름다워 보였던 것은 아닐까. 사람은 자신이 할 수 없는 이야기에 흥미와 감동을 얻으니 말이다.
H_영화 속 미야자키 아오이의 패션에 항마력이 좀 있었다. J는 괜찮았는지?
J_솔직하게 말하면 아니다. 많이 힘들었다. 약간 왜저러지 싶은 사차원 컨셉인 줄 알았다.
H_J였으면 마코토의 데이트를 도와줄 수 있는지 궁금하다.
J_그럴 리가, 그냥 좋아하는 상대를 아예 차단해버리고 만다. 도와주는 거 그런 거 있을 수 없다.
H_사랑을 위해 성장하기를 선택한 시즈루에 대한 생각이 궁금하다.
J_위에도 살짝 언급했지만, 나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어서 신기했다. 하지만 그녀의 사랑이 진심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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