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선

넷플릭스 영화 <미나리> 감상

by 송거부 2022. 10. 4.
반응형
 
미나리
2021년 전 세계가 기다린 어느 한국 가족의 원더풀한 이야기  "미나리는 어디서든 잘 자라" 낯선 미국, 아칸소로 떠나온 한국 가족.가족들에게 뭔가 해내는 걸 보여주고 싶은 아빠 '제이콥'(스티븐 연)은자신만의 농장을 가꾸기 시작하고 엄마 '모니카'(한예리)도 다시 일자리를 찾는다.아직 어린 아이들을 위해 ‘모니카’의 엄마 ‘순자’(윤여정)가 함께 살기로 하고가방 가득 고춧가루, 멸치, 한약 그리고 미나리씨를 담은 할머니가 도착한다.의젓한 큰딸 '앤'(노엘 케이트 조)과 장난꾸러기 막내아들 '데이빗'(앨런 김)은여느 그랜마같지 않은 할머니가 영- 못마땅한데…함께 있다면, 새로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으로하루하루 뿌리 내리며 살아가는어느 가족의 아주 특별한 여정이 시작된다!
평점
7.0 (2021.03.03 개봉)
감독
리 아이작 정
출연
스티븐 연, 한예리, 윤여정, 앨런 S. 김, 노엘 조, 윌 패튼, 스콧 헤이즈

 

H_감동적인 영화가 보고 싶어서 문득 생각난 영화 <미나리> 이 영화를 선정했을 땐 몰랐다. 감동적인 가족 영화인 줄 알았지, 가슴 먹먹해지는 영화일 줄은.

 

 

이 얘기 저 얘기, 오히려 좋아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땐, 척박한 땅에서 농작물 일구어 나가는 미국 이민자 1세대 가족들의 이야기인 줄 알았다. 제이콥, 모니카 부부를 중심으로 귀여운 자식들과 할머니가 함께 어렵지만 함께 헤쳐나가는 스토리. 그런데 영화를 보다 보니 그게 아니었다. 어린 데이비드의 시선으로 그려지는 영화. 정확히는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감독의 머릿속에 들어온 느낌이었다.

 

영화의 전개는 사실 관객이 봤을 때 어색해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아칸소에 이사 와서 아빠가 농사를 시작하는 이야기, 물 찾는 이야기, 외할머니가 온 이야기 등등 개연성이 있는 듯 없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런데 나의 어린 시절을 생각해 봤을 때에도 영화처럼 생각이 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오히려 좋았다.

 

꿈 vs 현실

요즘 나도 꿈과 현실 속에서 두 개의 자아가 싸우고 있다. 내 머릿속 원대한 꿈이 있지만 그것만 쫓기엔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 있다. 현실에 맞게 말 그대로 '현실적으로' 삶을 이어가기엔 너무 아쉬울 것 같다. 영화 속 두 엄마 아빠의 생각이 너무 이해가 된다. 남의 나라에서 이방인으로 바닥부터 시작하며 먹고 살아가는 것, 영화만 봐도 너무 힘들 것 같다.

내가 제이콥이나 모니카였다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그냥 다 접고 현실에 맞게 병아리 감별을 할 것인가? 아니면 힘들더라도 내 것을 키워갈 것인가? 사실 내 성격상 제이콥처럼 도전을 해보고 싶을 것 같다. 지금처럼 돈 버는 법이 쏟아지는 세대가 아니었으니까 나만의 아이템이 있다면 한 번 사는 인생이니 도전을 해볼 것 같다. 실패했을 때는 깔끔하게 부인이 하자는 대로 하고. 자식 입장도 중요하니까.

 

자영업 하는 집 자식은 힘든 것 같다. 우리 집은 엄마가 자영업을 하셨다. 달마다 수입이 오락가락해서 반찬이 달라지고, 먹을 수 있는 간식도 달라져서 마음이 힘들었다. 이번 달엔 엄마가 맛있는 거 많이 사 오시면 엄마가 잘 되고 있구나 느껴서 안심이 되었다. 반대로 먹을 수 있는 반찬이 야채 위주면 엄마가 잘 안 되는구나 짐작이 되어 걱정이 되었다. 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터 집으로부터 독립하기 전까지 계속 불안정한 상황에서 자랐다. 그래서 가정에서 안정적인 재산의 유무는 중요한 것 같다.

 

그런데 반대로 생각해보면 안정적으로 적은 돈으로 살기에도 힘든 것 같다. 할 수 있는 게 명확하게 정해지는 느낌일 것 같다. 그런 뻔히 그려지는 미래를 전환해보고자 제이콥처럼 많은 가장들이 사업병에 걸리는 것 같기도 하다.

 

어쨌든 가정에 '돈'이라는 건 정말 중요한 것 같다. 곧 현실이기도 하니까. 그래서 나는 가정을 만드는 데에 아직 자신이 없다. 나는 꿈이 있으니까 제이콥처럼 한번 도전해 보고 싶다. 그러려면 최대한 주변에 피해가 없어야 한다. 혼자 한번 이뤄본 다음에 그때 가서 결혼을 할 수 있으면 하고 못하면 어쩔 수 없다고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나만의 미나리를 잘 심어보자

호기롭게 도전했던 그 해 아빠의 농사는 활활 타서 없어졌다. 그러고 나서 다시 찾아온 계절. 아빠와 데이비드는 함께 미나리가 있는 곳으로 간다. 미나리는 어디서든 잘 자란다는 할머니의 말처럼 여전히 미나리는 잘 자라고 있다. 어떤 상황이 오든 그 자리에서 굳건하게 커가는 나만의 '미나리'를 심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요즘 삶 전반적으로 좀 힘든데, 내가 그리고 있는 꿈을 이루기 위해 언제든 잘 자라는 미나리 같은 씨앗을 지금 심어야겠다. 언젠가 이 순간도 자양분이 되어 있겠지.

 


꿈과 희망으로 벅차오름을 기대한다면 이 영화는 아니다. 개인적인 힘듦을 위로받아 벅차오름을 기대한다면 이 영화는 추천한다. 어쨌든 결론적으로 보면 좋을 것 같기는 하다. 인간적인 고민들이 잘 담겨 있어서 남일 같지 않기에.

 

 

이방인, 오묘하고도 낯선 존재

J_요즘 미국에서 유행하는 콘텐츠는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고 담백하게 담아낸 것이라고 들었다. 최근에 ‘H마트에서 울다’도 한국 혼혈 2세가 자신의 어머니를 추억하는 책이었다. 한국의 문화를 잘 알고 있지만, 영어로 쓰인 책. 친숙한 듯 친숙하지 않은 내용. 그가 하는 이야기가 이해가 가지만, 생소했다.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내용이기 때문이다.

 

영화 ‘미나리’도 역시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이방인으로 살아가기, 그들의 경험을 내가 제대로 이해하지는 못한다. 그렇기에 더 매력적인 이야기로 느껴진다. 한국말이 나오지만, 미국 영화다. 나는 미나리를 알지만, 아마 미국에서는 미나리를 잘 알지 못할 것이다. 이 영화가 가지는 속성은 오묘함이다. 그 묘함 속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절대적인 건 없으며 영원한 것 또한 없다. 차별의 근본을 다시 생각해보았다. 익숙하지 않은 것이지 이상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억세고 강한 미나리가 되고 싶지만,

어디에서도 잘 자라는 미나리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미나리는 어디서도 잘 자라는 식물이다. 영화에서 미나리를 미국 땅에 옮겨 심는 장면이 있다. 미나리가 가지는 속성과 영화의 주제가 일맥상통한다고 느꼈다. 가끔 주저앉아서 모든 걸 포기하고 그만두고 싶을 때가 있다. 억세고 강해서 어디서든 잘 자라는 미나리가 되고 싶지만, 그러기가 너무 어렵다.

 

영화가 밝고 희망적이지 않아서 좋았다. 자고로 내게 콘텐츠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런데 반대로 희망이 없어서 희망을 느꼈다. 이 영화는 저것이 바로 우리의 인생이다, 영화처럼 잘 풀리기만 한다면 인생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계속해서 얘기하지만, 이 영화는 그런 오묘함이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희망이 지금은 아예 없기에 앞으로 담을 수 있는 건 희망뿐이라는 역설적인 속성. 억세고 강한 미나리가 아니어도 지금은 나약한 나이기에 앞으로 더 강해질 일밖에 없다는 희망을 얻었다.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이야기들을 책이나 영화를 통해 간접적으로 체험하는 것은 즐겁다. 아마도 그렇기 때문에 미국에서 이런 콘텐츠들이 주목받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H의 질문 1 이 영화에 기승전결이 없다는 의견도 있다고 한다. 사실 자연스럽게 영화가 전개되는 것 같지는 않다. 어떻게 생각하는지?

오히려 이점 때문에 앞에서도 언급했던 것처럼 인생 같다고 느꼈다. 인생은 잘 짜 맞춰진 영화가 아니다. 그저 흘러갈 뿐 거대하게 복선이 깔리거나 그렇지는 않으니까.

 

H의 질문 2 아빠가 갑자기 아빠의 꿈을 위해 물도 잘 안 나오는 곳으로 이사 가자고 하면 어떨 거 같은지.

아, 싫다. 솔직히 말하면 도전은 혼자서 하는 것이다. 내 도전에 다른 사람까지 엮이는 순간에는 타인의 희생이 비자발적으로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내 이기심과 도전정신에 타인을 희생시키기 싫다.

 

H의 질문 3 제이콥 / 모니카 둘 중 어느 사람에게 더 공감이 가는지.

위에서 말한 거처럼 제이콥의 결정이 별로 달갑지는 않기 때문에, 모니카에게 좀 더 공감이 간다. 그래도 두 사람 모두 개인의 입장에서 보면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알 거는 같았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