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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넷플릭스 영화 추천] 리틀포레스트 감상

by 솔리닉__ 2022. 5.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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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포레스트
“잠시 쉬어가도, 달라도, 평범해도 괜찮아! 모든 것이 괜찮은 청춘들의 아주 특별한 사계절 이야기” 시험, 연애, 취업… 뭐하나 뜻대로 되지 않는 일상을 잠시 멈추고 고향으로 돌아온 혜원은 오랜 친구인 재하와 은숙을 만난다. 남들과는 다른, 자신만의 삶을 살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온 ‘재하’, 평범한 일상에서의 일탈을 꿈꾸는 ‘은숙’과 함께 직접 키운 농작물로 한끼 한끼를 만들어 먹으며 겨울에서 봄, 그리고 여름, 가을을 보내고 다시 겨울을 맞이하게 된 혜원. 그렇게 특별한 사계절을 보내며 고향으로 돌아온 진짜 이유를 깨닫게 된 혜원은 새로운 봄을 맞이하기 위한 첫 발을 내딛는데…
평점
8.4 (2018.02.28 개봉)
감독
임순례
출연
김태리, 류준열, 문소리, 진기주, 전국향, 장재희, 박원상, 정준원, 김현지, 이은숙

 

리틀포레스트 감상 

 

 


J. 나는 꿈이 하나 있다. 조용히 사는 것이다. 여기서 조용히 산다는 의미는 특별히 사회에 뒤섞여 사는 것이 아닌 홀로 산다는 말이다. 원래부터 성격 자체가 시끄럽고 소란스러운 걸 좋아하지 않았다. 대신 정갈하고 침착한 분위기를 좋아했다. 그와 반대로 사회에서 원하는 인재상은 뭐랄까 밝고 당차며 사람들 사이에서 금세 적응하는 사람을 원하는 것 같았다.

 

 

그러다 보니 나도 살아남기 위해 생존형 인싸가 (인싸라기 보단 그것에 가까운, 표현이 더 맞겠다) 되었다. 물론 인싸로 자아를 갈아 끼울 때 재밌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조용한 분위기에 살고 싶은 내 마음을 어찌 잠재울 수 있으랴? 그럴 때 조용히 리틀 포레스트를 시청한다.

 

내가 좋아하는 모든 것의 총집합

 

취미나 좋아하는 것을 누군가 물어보면 대답하는 멘트가 정해져 있다. 첫 번째 음식. 음식을 하는 것도 좋아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도 너무 좋아한다. 두 번째가 조용한 분위기. 정적인 활동을 좋아한다. 세 번째가 바람을 느끼는 일이다. 공기 좋은 곳에서 자연을 느끼며 산책할 때 행복감이 최고치를 찌른다. 리틀 포레스트는 이 모든 걸 담은 총집합이다. 내가 지금 당장 이루지 못하는 현재 환경에서 대리 만족감을 준다.

 

가장 잔인한 판타지

 

리틀 포레스트의 내용은 정말 좋지만, 사실 어떤 판타지보다도 잔인하다. 보고 나면 당장이라도 저 화면으로 들어가 같이 생활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돈이 가장 먼저 생각난다. 아무리 무소유의 삶을 산다 해도, 당장 텃밭과 집이 내게 없다. 자급자족의 삶, 조용하고 따뜻한 시골은 현실에선 존재하기 힘들다.

 

마치 미국에서 가난한 사람의 비만율이 더 높다는 사실처럼 이 영화는 나에겐 건강한 삶에는 재화가 필요하다는 것만 상기시킨다.

그리고 농사를 짓는다는 건 정말로 힘들다. 보통 체력으로는 안 된다. 왜 이 사실을 아냐면 저도 알고 싶지 않았습니다. 부모님이 사실 취미로 텃밭을 가꾸시는데 말이 취미지 나의 부모님의 제2의 직업이다. 고생하시는 모습과 한 번 가서 도와드린 적이 있었는데 도시 생활이 그리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로맨스와 리틀 포레스트 둘은 세상 제일 말도 안 되는 판타지라는 걸 매번 느낀다. 그런데도 끊어 낼 수가 없다. 현실이 힘들 때 도피처처럼 뛰어 들어간다. 아무리 내가 해리포터를 좋아한다고 해도 호그와트에 입학은 불가하다. 판타지가 왜 판타지겠는가.

 

내가 호그와트에 입학할 수 없는 현실만큼이나 잔인한 것이 판타지인 것을. 현실에서 경험할 수 없는 환상적인 일을 잠깐이라도 맛보고 싶으니 수요가 생기는 것이다.

 

그래도 언젠가는

 

조용한 집에서 작은 가게를 하는 것이다. 내가 할 줄 아는 뜨개질을 해서 팔아도 좋고, 아이들을 가르쳐도 좋고, 공간 대여를 해도 좋다. 내가 가꾼 작물들을 새벽시장에 내다 팔아서 팔리면 그 돈으로 고기를 사 먹고 아닌 날은 그 작물들로만 해서 밥을 해 먹는 삶.

 

언젠가는 꼭 이런 삶을 살고 싶다. 완벽하게 리틀 포레스트 삶은 아니어도 말이다. 말도 안 되는 마법의 이야기는 아니니 그 변두리에 머무는 것 정도는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H. 이 영화의 개봉 연도는 2018년. 당시 영화관에서 이 영화를 봤는데, 굉장히 공감하면서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난다. 이때 나는 공무원 공부를 그만두고 홍보대행사 인턴을 하고 있었을 때였다. 임용에서 떨어진 주인공 혜원과 비슷한 경험을 해서 그런지 이 영화로 위로 받았던 기억이 난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지금, 리틀 포레스트를 다시 보면 어떤 느낌이 들지 궁금했다.

 

'배가 고파서 왔어'


혜원은 집에 돌아오자마자 굶주린 배를 채우려 밥을 해먹는다. 왜 갑자기 돌아왔냐고 묻는 친구 '은숙'에게 '배가 고파서 왔다'고 말한다. 독립해서 자취하는 사람들은 알 거다. 엄마가 해주는 밥이 얼마나 맛있는지. 맨날 먹던 똑같은 밥인데, 집 나와서 살아보니 진짜 진짜 집밥이 그리울 때가 많다.

 


나도 혜원처럼 수험을 하느라 집에서 나와 노량진 고시원에서 혼자 생활한 적이 있다. 없는 주머니 사정에 책값과 강의료는 만만치 않으니 먹는 게 부실했다. 당시 공부 말고 즐길 수 있는 게 먹는 것뿐이라 더 먹는 것에 집착했다.


혜원도 그렇지 않았을까. 영화를 보니 가뜩이나 엄마가 맛있는 요리 많이 해줬던데, 편의점 알바하면서 어렵게 수험 생활하며 부실하게 먹는 밥이 지겨웠을 거다.

혜원의 엄마는 서울로 올라가지 않고, 그 집에 머무르면서 혜원과 맛있는 요리를 먹으면서 혜원에게 '작은 숲'을 만들어줬다. 집으로 돌아온 혜원은 엄마의 요리로 만들어진 혜원의 입맛에 맞는 집밥을 해먹는다. 작은 숲에서 혜원은 지친 마음을 스스로 위로하고 성장하는 시간을 가진다.


인간에게 빼놓을 수 없는 '먹는 것'. 태어났을 때부터 꼬박 엄마가 만든 요리로 만들어진 나의 입맛은 바깥에서 아무리 먹어도 먹어도 채워지지 않는지, 자취하는 지금도 본가에 돌아오면 집밥을 맛있게 먹는다. 엄마가 해주는 요리가 나에게 하나의 '작은 숲'인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힐링의 중요성


이 영화는 사실 많은 내용이 담겨있지는 않다. 임용에 실패한 혜원이 집으로 돌아와 사계절을 지내면서 끼니를 만들어먹는 게 주요 내용인데, 지루하지 않고 보기 편한 느낌을 받았다. 혜원이 힐링하듯, 관객도 이 영화를 보며 힐링을 받는 느낌이다.

힐링은 중요하다. 이제 체력이 예전같지 않은지, 마음만큼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 욕심만큼 일을 다 해내고 나면 꼭 며칠씩 앓아눕는다. 나는 스트레스를 받고 무리해서 일을 하면 몸에 열이 오르는데,올해 들어 특히 열이 자주 오른다. 그래서 일 욕심을 조금 내려놓고, 하루에 꼭 쉬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 그래야 내일도 활기차게 내 할일을 할 수 있으니까.


쉬면서 얻는 것도 많다. 머리를 한참 쓸 때는 떠오르지 않았던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쉬면서 생각나는 경우도 많다. 하루에도 내 머리 속에 들어오는 수 많은 정보들을 쉬면서 정리하다보면, 문득 깨닫고 나만의 인사이트를 얻는다.


주인공 혜원도 치열하게 수험생활을 했기에 집에서 끼니를 만들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얻는 게 있었을 거다. 그래서 구남친에게 연락해 진심으로 합격 축하한다고도 말했을 거고.

열심히 일하고 노력하는 만큼 나 자신에게 힐링타임을 주는 건 미래의 나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인 것 같다.
영화를 보면서 이런 장면이 있었나? 하는 장면들이 꽤 많았다. 그래서 처음 보는 영화인듯 흥미롭게 다시 봤는데, 결말이 아쉬웠다.

 

사계절의 리틀 포레스트를 보내고 쿨하게 다시 서울로 올라가는 혜원의 모습으로 결말 지어졌으면 좋았을 텐데. 리틀 포레스트로 돌아온 게 이해가 안 가는데, 이해 시켜주실 분 있다면 댓글 부탁한다.

책이든 영화든 다시 보면 느낌이 달라지는 게 매력적이다. 리틀 포레스트가 개봉할 당시엔 인턴으로서 위로 받았는데, 지금은 위로보다는 힐링의 중요성을 더욱 깨닫는다. 내가 하고 싶은 일과 힐링의 밸런스를 찾고 있는 요즘, 나의 작은 숲을 어떻게 만들지 고민해 봐야겠다.



Q. 리틀포레스트를 볼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다. 도시와 시골의 삶은 분명한 장단점이 있다는 것이다. H는 도시 VS 시골 어디파인지 궁금하고 그 이유가 알고 싶다.

H_나는 도시파! 우선 시골 사회에 적응하는 것 꽤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나는 도시의 인프라가 좋다. 지금은 인천에 살고 있는데, 도시로 도시로 자꾸 가고 싶다. 언젠가는 꼭 서울 한복판에서 살고 싶다. 나는 서울이 좋다. 내가 하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것들이 모여있기 때문이다. 또 새로운 것을 빨리 접할 수 있기 때문에 항상 새로운 게 좋은 나는 도시에서 살고 싶다.

Q.요즘 식비를 아껴보고자 도시락을 싸서 다닌다. 요리를 매번 하면서 느끼는 건 보통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H는 요리하는 것을 즐기는 편인가요?

H_나는 심각할 정도로 요리에 무지하다. 아직 관심도 크지 않다. 그런데, 도시락을 싸서 다닌다니 나도 식비 아낄겸 도시락을 싸볼까 솔깃해진다!사실 사람이 살아가려면 요리는 할 줄 알아야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언젠가는 요리는 해야할 것 같다.

Q. 이 이야기는 다 좋지만 엄마의 행동을 이해하기가 어렵다. H는 어머니의 행동이 이해가 가는지 궁금하다.

H_우리 엄마도 강하게 나를 키워서 그런가 이해는 갈 것 같다. 몇 년에 걸친 큰 그림 아닌가. 홀로서기 할 수 있도록 강하게 키운 것 같다. 그러면서도 힘들면 돌아와서 쉬라고 작은 숲도 만들어주고. 사실 원작이 일본 작품이라 영화 전반적으로 일본 느낌이 나긴 한데, 엄마의 독특함에서 일본스러움이 두드러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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