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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넷플릭스 영화 추천 "미스 슬로운"

by 송거부 2022. 5.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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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슬로운
모두가 포기한 순간, 그녀가 나타났다! 승률 100%를 자랑하는 최고의 로비스트 ‘슬로운’(제시카 차스테인). 총기 규제 법안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한 가운데, 자신의 신념에 따라 모두가 포기한 싸움에 뛰어들게 된다. 승리를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슬로운’은 뛰어난 전략으로 한 번도 굴복한 적 없는 거대 권력에 맞서지만, 동시에 자신과 주변 사람 모두를 위험에 빠트리게 되는데…
평점
8.7 (2017.03.29 개봉)
감독
존 매든
출연
제시카 차스테인, 마크 스트롱, 구구 엠바사 로, 마이클 스털버그, 알리슨 필, 존 리스고, 제이크 레이시, 샘 워터스톤, 더글라스 스미스, 딜란 베이커, 그레타 오니에오구, 에니스 에스머, 그레이스 린 쿵, 메건 페히, 알렉산드라 카스틸로, 카일 맥, 잭 머레이, 세르지오 디 지오, 루시 오웬, 마이클 크램

 

미스 슬로운 감상 

미스 슬로운

 

내가 바라보는 '세상'

 

H_작년 말, 백 문항이 넘는 MBTI 검사를 3만 원 주고 해봤다. 원래 나는 항상 ENFP로 나왔는데, 그쯤 다시 테스트 해보니 ENTP가 나오길래 돈을 내고 검사를 다시 해봤다. 결과는 그대로 ENTP. MBTI에 과몰입하는 걸 좋아하진 않지만 내가 ENTP로 나오다니 좀 놀랐다.

 

보통 ENFP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을 텐데, 내가 생각하는 ENFP의 이미지를 대충 말하자면 해맑고 생각나는 대로 말하고 사람 좋아하는 인싸 재질이다. ENFP 중에서도 나는 거의 '대가리 꽃밭' 수준이라고 생각했다. 나만큼 텐션 높고 사람 좋아하는 타입을 별로 보지 못했기 때문에. 그런 내가 ENTP라고?

MBTI에서 세 번째 글자에 들어가는 T와 F는 판단과 결정 영역인데, T유형은 진실과 사실을 기반으로 생각하고 F유형은 사람과의 관계에 관심을 갖는다고 한다. 생각해보니 확실히 예전엔 사람과의 관계를 일순위로 생각할 정도여서 공감도 많이 해주고 주변 사람들의 감정에 많이 관심을 가졌었다.

이 세상에 거짓은 절대로 없다고 믿었던 나는 어차피 들켜버릴 거 사람들에게 내 마음을 있는 그대로 보여줬었고, 내가 느끼는 감정을 내 주변 사람들에게 그때그때 공유했었다. 또, 지금의 힘듦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시련이고, 이걸 이겨내면 나도 언젠가 황금빛 세상이 펼쳐지겠지 희망을 품었다. 그래서 운명론을 믿었고, 사주에 엄청나게 관심을 가졌다. 사주에는 해석하기 나름이지만 어느 정도 비슷한 내 평생 운의 흐름이 나와 있으니까.

그런데 작년에 인간관계에 대해 엄청난 고민과 고찰을 한 이후,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많이 바뀌었다. 예를 들면 내가 원하는 것을 가지기 위해서는 '잘 될 거야' 같은 막연한 희망보다는 팩트체크를 통해 어떻게 하면 가질 수 있을지 전략적으로 생각하는 게 현실적이고 효율적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영화 미스 슬로운. 이 영화를 추천한 동생들이 재밌다고 해서 본 건데, 정말 재미있게 봤다. 예전에 이 영화를 봤다면 '어떻게 사람이 저렇게 냉정하지'라고 생각했을 텐데, 지금은 저런 캐릭터가 조금은 이해가 된다. MBTI 유형도 바뀌었고,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도 바뀐 지금 나에게 '미스 슬로운'은 무척 흥미로웠다. 그래서 내가 최근 느꼈던 바와 함께 얘기하면 좋을 것 같다.


 

한정된 시간과 에너지를 어떻게 쓸 것인가

 

내 주변에 자수성가한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을 보면 어쩔 땐 정말 냉정하다고 느낄 때가 있다. 자세히 말할 수는 없지만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인물인데, 요즘은 그 사람의 사고방식을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사람에게는 주어진 에너지가 한정적인데, 이 사람은 그 에너지를 자신의 목표를 이루는 데 훨씬 많이 쓰는 것 같았다.

 

사실 '연민, 동정, 미안함' 같은 감정도 결국 에너지를 쓰는 것이기 때문에 한정된 에너지 안에서 그런 감정들을 소모하는 데에는 별로 할당하지 않는 것이다.

미스 슬로운도 이 사람과 비슷하게 에너지를 할당하고 있는 것 같다. 그녀는 승리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했다. 동료를 언론에 이용하기도 했고, 도청을 하는 등 불법을 저지르기도 했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미안하고 간 떨려서 못하는 행동들인데, 그런 감정들은 사실 승리만이 목표인 그녀에게는 불필요한 감정들이다. 양심이나 도덕을 생각하면 그녀가 원하는 목표에 도달하기 힘드니까 말이다.

영화에서 미스 슬로운이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과 에너지를 정말 효율적으로 쓴다는 걸 보여주는 장면이 몇 군데 있는데, 첫번째는 성애적 감정을 돈으로 해소한다는 점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본능. 그것을 그녀는 남자를 호텔로 불러 '포기한 평범한 삶을 체험해 본다'며 빠르고 간편하게 해결한다. 심지어 일을 치른 후 일해야 하니 남자에게 가라는 눈치도 준다. 두 번째는 영화에서 빠르게 지나가는 장면인데, '캡슐 식량'을 기다린다고 하는 장면. 먹는 것마저도 빠르게 해결하고 싶은 거다. 마지막으로 그녀는 잠을 잘 자지 않는다. 나도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아서 하루가 48시간이었으면 하는 생각을 종종 해서 이해는 한다. 그녀는 자는 시간마저 아까운 모양이다.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진 하루, 그 하루를 어떤 에너지를 사용하면서 살 것인가?
추구하는 가치에 따라 충분히 생각해 볼만 하다.


그럼에도 '쉼'은 필요하다

영화 속 '슈미트'는 슬로운에게, 팀원에게 '쉼'을 강조한다. 고민할 거리가 생겨도 오늘은 '쉬고' 내일 생각하라고. 나도 '쉼, 휴식'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기에, 많이 공감했다.

나는 하고 싶은 일이 정말 많은데,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도 새로운 하고 싶은 일이 계속 생겨난다.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도 재미있지만, 새로운 일은 더 재미있을 것 같아서 나중에 가면 벌려 놓은 일이 쌓인다. 그걸 감당하다가 팍 퍼져버리기를 여러번. 몇 년 전부터는 몸에서 열이 나기 시작했다. 너무 심했을 때는 앉아있는 것조차 너무 힘든데, 이 극심한 피로 때문에 퇴사한 적도 있다.

요즘은 예전에 비해 나이를 더 먹어서인지, 피곤함이 더 자주 몰려온다. 하루를 알차게 보내는 것도 좋지만 그 다음날 앓아눕기 일쑤라 내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의 80%만 쓰려고 애쓴다. 쉬고 나면 더 좋은 아이디어가 생각나기도 하고, 더 오래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지속할 수 있으니 휴식은 정말 중요하다는 걸 요즘 새삼 깨닫고 있다.
영화는 슈미트라는 인물을 통해 잠도 안 자고 오직 승리만을 위해 달려가는 슬로운에게 그리고 그녀와 닮은 관객에게 힌트를 줬던 건 아닐까.

사실 '총기 규제'나 '로비스트' 같은 개념이 생소해서 영화에서 다루는 캠페인이나 직업적인 요소에는 크게 공감하지는 못해서 나의 감상에서 이 부분은 뺐다. 앞서 얘기했듯 내가 바라보는 나만의 세상이 있듯, 내가 바라보는 '미스 슬로운'은 이랬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봤을지 특히 더 궁금해진다.


 

 

피도 눈물도 없을 거 같은 미스 슬로운

 

J_미스 슬로운은 오직 일과 목표만을 위해 달린다. 판을 짜는 능력이 남다르고 자신의 일처리 능력에 확신이 있다. 불나방처럼, 먹잇감을 발견한 맹수처럼, 자신이 결정한 일에 달려든다. 자신의 능력치를 믿기에 할 수 있는 패기와 오만이었다. 그런 점이 부족한 나에겐 미스 슬로운이라는 캐릭터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나는 슬로운과 딱 반대인 성격으로 우유부단하고 내 능력을 좀처럼 믿지 못한다. 보는 내내 그녀가 과연 어디서부터 설계해서 일을 진행시켰는지 궁금할 따름이었다.

 

 

아무도 믿지 말자

 

이 영화는 그 누구도 믿지 말자는 나의 신념이 다시금 생각나게 했다. 사실 스포가 될 거 같지만, 보면서 인물들이 과연 무슨 생각을 하는지 조금은 헷갈리고 알 듯하면서도 몰랐다. 판을 짜는 그녀의 능력에 사람들의 배신과 연기가 모두 장기 말이 된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피도 눈물도 없는 그녀가 일부러 도발하는 행동하는 걸 보면서 놀랬지만 뒤로 갈수록 의도한 게 확실하다고 느꼈다. 내용이 짜릿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녀가 반드시 이길 거라는 확신에 걱정 없이 보기도 했다.

로비스트는 나에겐 많이 생소한 직업이었다. 보는 내내 아 저렇게 뒤에서 일을 진행하고 사람들의 여론에 영향을 미치는 게 보통 기획력을 가진 사람이 아니고서야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었다. 뭔가 뜬금없지만 슬로운은 바둑해도 잘할 거 같다고 느꼈다. 판을 읽는 실력이 남다르니까. 오랜만에 매력적인 캐릭터가 나오는 영화를 보아서 기분이 좋았다.



질문1 J는 주어진 에너지를 어떻게 쓰고 있는지 궁금하다. 나는 요즘 감정보다는 쓰라리지만 현실과 팩트에 마주하려고 한다. 그래야 내가 원하는 바에 더 가까워지는 것 같아서.

J_망상을 잘해서 에너지가 늘 부족하다. 그래서 나 역시 H가 말한 것처럼 현실에 집중하려고 한다. 그래도 일을 미루는 건 여전하고,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결과가 어떻든 일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평온함을 찾고자 한다.

질문2 주변에 미스슬로운 같은 사람이 있으면 어떨 것 같은지 궁금하다. 나는 내 보스라면 일 잘 배우고 적당히 이직할 것 같다. 나도 모르게 이용당할 것 같아서. 내 주변 사람이라면 더욱 멀어질 것 같다. 나는 인간미 없는 사람 안 좋아한다.

J_일단 주변에 있으면 상당히 곤란한 사람일 거 같다. 내편이라면 개이득. 아니면 그저 개죽음을 각오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조금 선량한 사람하고 타인의 감정을 좀 더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가정한다면 내가 닮고 싶은 사람일 수도 있겠다.

질문3 앞에 최근 바뀐 나의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 이야기 했는데, J의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도 궁금하다.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최근에 다시 한번 바뀌었다. 위에도 언급했지만 아무도 믿지 말자 그거다. 원래 사람을 잘 의심하는 성격 탓에 피로함을 느꼈다. 그래서 그 사람의 의도를 깊게 파악하려 하지 말고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고 생각했다. 신념은 그렇게 바뀌었지만, 인간에게 또 당하고는 생각이 다시 바뀌었다. 세상은 믿을 사람 하나도 없다. 일단 나도 믿을 수가 없고 가끔은 내가 제일 어렵다. 그래도 절충해서 내가 믿는 사람의 한에선 있는 모습 그대로 믿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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