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점
- 9.3 (1998.01.24 개봉)
- 감독
- 허진호
- 출연
- 한석규, 심은하, 신구, 오지혜, 이한위, 전미선, 권혜원, 손세광, 최선중, 김애라, 민경진, 이용녀, 최명숙, 김기천, 신삼봉, 전대병, 김도윤, 전태치, 류광철, 장혜윤, 장진경, 이민수, 김재록, 이찬우, 강승용, 이석우, 박용진, 허장근, 윤동원, 주선웅, 윤형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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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_얼마 전 군산여행을 다녀왔다. 군산 여행지를 검색하니 다들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촬영지인 '초원 사진관 '에 들르길래 영화에도 관심이 갔다. 이왕 갈 거 영화도 보고 가면 좋을 것 같아서 보게 된 8월의 크리스마스. 한국 고전 로맨스 영화로 꼽히는 영화 중 하나인데, 여태까지 안 봐서 잘됐다 싶었다. 그런데 영화를 다 보고나니 그냥 로맨스영화가 아니었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한 사람의 일생 '끝자락'을 담담하게 담아낸, 생각보다 좀더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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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였다면?
주인공 정원은 곧 죽는다. 조그만 사진관을 운영하는 정원은 늘 그랬듯, 사진관에 출근해 제 할일을 한다. 늘 그랬듯 가족과 밥을 먹고 가끔은 친구도 만난다. 시한부 선고를 받고도 늘 해온 일들을 묵묵히 성실하게 해나가는 모습이 인상깊었다.
'나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20대 중후반을 암울하게 보냈다. 공무원 시험 준비한다고 몇 년을 날렸는데, 날린 그 세월은 어둡고 우울했다. 공시를 그만두고도 후유증을 얼마간 앓았는데, 막막했던 그 시절 어차피 이번생은 망한 것 같으니 오늘만 살자는 마인드로 욜로라이프를 즐겼다. 나는 사고 싶은 것 사고, 먹고 싶은 것 먹었었는데 주인공 정원은 나랑은 정반대라 사실 이해하기 어려웠다. 내가 정원이라면 그동안 해보고 싶은 것 실컷 할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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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한 매력녀 '다림'
추측하건대 영화속 정원과 다림은 나이차이가 꽤 나보인다. 그럼에도 다림은 당돌하게 정원에게 들이댄다. 나보다 어려보여서 그런가 다림이 정원에게 하는 말들은 귀여우면서도 매력있다. 아마 정원도 알지 않을까. 자기를 좋아한다는 것. 정원에게 점점 마음이 커지는 다림의 모습이 잘 보여서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남자가 여자에게 다가가고 구애하는 것이 보통의 생각인데 이 영화에선 다림이 초원 사진관에 자주 놀러가고 적극적으로 들이대는 모습이 당당하고 멋졌다.
영화에서도 말하듯 세상에 영원한 건 없다. 모든 건 변하고 사라진다. 이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지만 아픈 것도 사실이다. 이걸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극복할지는 각자의 몫. 나는 이 가변성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한참을 생각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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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의 중요성
J_전에 글에서도 한 번 언급한 적이 있지만, 개인적으로 상반되는 단어나 속성이 하나로 잘 연결될 때 나는 짜릿함을 느낀다. ‘마지막 첫사랑’이라든가 ‘내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 같은 제목이나 대사를 볼 때 그렇다. 8월의 크리스마스라는 제목도 마찬가지다. 항상 8월이 되면 이 영화가 생각이 난다. 크리스마스가 12월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8월의 크리스마스라, 이 말도 안 되는 제목에 누가 관심을 두지 않을 수 있을까. 제목에 이끌려 보았고, 내용보다 세기말 감성에 더 끌렸다. 영화는 지금 내가 보기에 너무 낡아버린 것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그게 영화 감상에 크게 해칠만한 부분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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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한 여운
정원은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 그는 내가 보아온 미디어의 어떤 시한부 환자보다 덤덤했다. 영화는 자극에 길든 내가 예상하지 않은 방향으로 꾸준히 흘러갔다. 둘은 눈물이 홍수가 날 정도로 울지도 않고 우리가 생각하는 이별을 하지도 않았다. 다림에게 아프다는 말도 하지 않았다. 그들은 남들보다 빠른 크리스마스를 맞이하고 겨울에는 관계의 끝을 맺고 또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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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말의 감성
다림 역을 맡은 심은하가 정말 세기말 감성에 잘 어울리게 나온다. 세기말이 나도 거의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때만 할 수 있는 감성이 있지 않은가. 핸드폰도 보급된 게 아닌 시절이라 조금은 느리고 불편하지만 그래서 더 서로를 곱씹어볼 시간은 긴. 그런 낭만이 있는 시절이라고 생각한다. 영상미도 살짝은 바래진 느낌에 기분이 좋았다.
단순 로맨스가 아닌 이 영화는 삶과 사랑을 우리에게 한 번 생각해 볼 기회를 주었다. 옛날 영화임에도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회자되는 이유가 분명히 있어 보이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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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 주인공 정원처럼 곧 죽는다는 선고를 받는다면 어떻게 살 것 같은가? 나는 욜로 인생을 살 것이다.
J:삶에 애착이 그리 크지는 않지만 죽음은 미지의 영역이다. 인간 그 누구도 죽음 다음에 어떤 세상이 펼쳐지는지 알지 못한다. 거기서 오는 두려움과 슬픔에 몇 날 며칠은 울지 않을까 싶다. 억울하고 슬플 거 같지만 좋은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면 인생을 조용히 정리할 거 같다.
H: 정원의 편지는 다림에게 전달 되었을까? 내 생각엔 전달 안되었을 것 같다.
J: 나도 그렇다. 전달되지 않아야 하고 전달되지 않아야 이 영화의 감성에 더 맞다고 생각한다. 영화라 아름다워서 그렇지 사실은 정원은 좀 이기적이라고 생각한다. 다림에게 큰 짐을 안겨주고 싶지 않다.
H: J가 정원이라면 다림이라는 인물과 어떻게 지낼 것 같은지 궁금하다. 나라면 사정을 다 얘기하고 다가오지 못하도록 했을 것 같다.
J: 나 역시 그렇다. 사정을 얘기하진 않더라도 괜히 나라는 사람을 그 사람 인생에 닿을 수 없는 추억으로 만들고 싶지 않다. 그게 얼마나 잔인한지 알 거 같아서. 갖지 못해 생기는 환상을 품게 하는 것이 제일 몹쓸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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