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ANA
모아나는 봄에서 여름이 넘어가는 때면 내게 항상 생각이 나는 영화이다. 그래서 조금은 빨리 이 영화를 꺼내어 다시 보고 싶었다. 그리고 H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어 보고 싶어 추천했다.
클리셰를 비튼 오리지널 디즈니 애니메이션
모아나는 디즈니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는 아니다. 스토리 구조 면에서 모아나처럼 모든 클리셰를 비튼 디즈니작품은 없다고 생각한다. 완벽하게 비틀기 위해 약간 작위적인 면도 있지만 그마저도 지금은 좋은 점이 됐다.
디즈니는 오랫동안 고민해온 문제점들을 벗어나기 위해 노력한 티가 보이는 작품이다. 남자와 여자의 역할이 완벽하게 바뀐 영웅 서사라고 생각한다. 뮬란이 있긴 하지만, 디즈니가 창작한 오리지널 스토리라는 점에서 다르다고 생각했다.
모아나가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인물은 할머니인데 가오리가 된 할머니와 바다 한가운데에서 우연히 만나는 장면은 몇 번을 보아도 감동적이다. 다른 작품에 비해 조금 단조롭다고 느낄 수 있다. 장면 변화도 적고, 바다 한정이니까. 바다의 완벽한 표현이 그점을 채워준다고 느꼈다.
모아나를 보면 늘 어딘가로 떠나고 싶어하는 나에게 대리만족을 준다고 느낀다. 주인공의 숙명, 어디를 박차고 나가야 하고 행동해야 하는 것.
현재에서 안주하지 않기 위해, 어떤 결정을 내릴 때면 지금도 how far i'll go를 듣는다.
내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나는 내 주변 친구들과 조금 다르다. 예들들어 MBTI로 말하자면 내 오랜 친구들은 I이고 나만 E다. 새로운 게 너무 좋아서, 뭔가를 알아가는 게 좋아서 경험한 것들이 많은데, 그 경험들 중에는 독특한 것들도 좀 있다. 아르바이트 경험 중 베이비시터를 해봤다든가, 온라인으로 사람들을 만나 모임장을 해봤다든가, 교생실습을 해봤다든가... 남들보다 살짝 드문 경험을 해본 것 같다.
'너 정말 특이해. 역시 H야.'라는 말은 살면서 익숙하게 들어본 말이다. 세상은 넓고 다양한 사람은 많으니까 '내 주변 사람들'을 기준으로 봤을 때 나는 살짝 다른 건 맞는 것 같다. 내 경험상 다르다는 건 조금 외롭고, 힘들다. 경험하고 깨달은 걸 남들에게 이야기하기 좋아하는데 그걸 왜 하냐는 눈길과 이해 못하겠다는 반응이 가끔은 상처이기 했다.
일화를 얘기해보자면 나는 2018년쯤 MBTI를 처음 접했고, 내가 ENFP라길래 ENFP만 모여있는 모임에 나간 적이 있었다. 마음 맞는 언니와 ENFP 특징을 그린 인스타그램을 잠깐 운영하기도 했다. MBTI는 조금씩 유행하더니 2020년 코로나 시국이 되고 정말 핫해졌다.
이젠 혈액형 대신 MBTI를 이야기할 정도가 되었다. 이게 제일 대표적인 일화이고, 내가 생각했던 아이디어가 몇 년 뒤에 구체화되어 세상에 나올 때가 종종 있다. 당시에는 이해받지 못했는데, 내가 말했던 것들이 세상에 나타나면 복잡한 감정이 든다. 뿌듯하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고, 안도 되기도 한다.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고, 이상하지도 않고, 누군가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어서.
어쨌든 남들과 살짝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 남들과 다르다는 건 이 세상을 살아가기엔 쉽지 않다. 이런 나만의 히스토리가 있었기에 영화 모아나. 주인공 모아나에게 감정이입하며 공감도 많이 하면서 재미있게 봤다.
섬 밖 바다로 나가고 싶은 모아나와 바다로 나가는 것을 금기시하는 섬 분위기. 마음의 소리를 애써 외면하지만 결국 바다로 나아가 섬을 구하는 모아나를 보며 나는 또 한번 용기를 얻었다. 내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나답게 사는 게 정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 나아가 내가 흥미롭게 생각했던 포인트 몇 가지 얘기해보겠다.
집중할 땐 집중하고 넘길 땐 넘기고! 감각적이고 리드미컬한 영화 '모아나'
1시간 50여 분 되는 모아나의 러닝타임이 결코 짧진 않은데, 정말 집중해서 봤다.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 연출이 정말 인상깊다. 구구절절 설명하기엔 너무 긴 히스토리, 예를 들면 섬에 내려져 오는 전설이나 마우이에 대한 소개같은 장면을 노래와 함께 빠르지만 정확하게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모아이가 스텝 바이 스텝 테 피티에게로 가는 과정은 몰입감 있으면서도 차근차근 보여줬다. 집중해야할 장면은 집중하고 넘어갈 부분은 넘어가고 이런 리듬이 몰입도를 높여 처음부터 끝까지 집중해서 재미있게 봤다.
모아나의 성장
바다에 나가고 싶지만 배를 몰 줄 모르는 모아나. 이렇게 모아나는 테 피티의 심장을 돌려놓기엔 미숙하다. 그런 모아나를 성장하게 해준 인물들이 나에게도 가르침을 주는 것 같았다.
'아빠말 못지않게 너의 마음도 중요하다'던 할머니. 바다로 나아가고 싶은 마음을 누르고 족장의 후계자라는 역할을 받아들이려는 모아나에게 한 말이 가장 와닿았다. 나도 내가 하고 싶지 않았던 직업을 갖기 위해 몇 년을 힘들었었고, 뒤늦게 내가 하고싶은 일을 찾아 만족하고 있기에 더욱 공감했다.
나의 직업뿐 만 아니라 앞으로도 내가 하고 싶은 일과 해야할 일 사이에서 고민할 일이 많을 텐데 이 영화를 통해 다시 한번 내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우이도 마찬가지. 언제까지 하고 싶은 일을 남에게 맡길 순 없는 노릇. 모아나의 목표를 이뤄줄 수 있는 건 모아나 자신뿐이라는 걸 깨닫고 마우이에게 배운 배 모는 기술들을 활용해 테 피티의 심장을 돌려놓았다.
경험하면서 성장하고, 성장하면서 알게 되는 '나'라는 존재
모아나는 거친 파도에 맞서면서, 여러 과정을 통하면서 경험하고 성장했다. 그러면서 모아나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더욱 선명하게 깨닫게 된다. 이런 전체적인 맥락이 마음에 든다. 나는 경험이 엄청 중요하다고 생각하다고 생각한다. 경험하면서 적어도 '싫어하는 것'은 분명해진다. 그리고 이런 경험들이 모여 성장하게 되고 깨닫는 것도 많아진다.
이런 깨달음을 통해 '나'라는 존재에 대해 더 잘 알게 되는 것 같다. '나'를 잘 안다는 건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를 이끌게 된다고 믿는다. 이런 성장 스토리, 마음에 든다!
이런 재밌는 걸 이제 보다니. '모아나'를 선정한 J에게 고맙다. 영화 자체로도 재미있게 봤고, 요즘 그럭저럭 무난하게 살고 있는 나에게 새로운 자극이 되었다. 원하는 건 모아나에서 봤듯 얻기까지 정말 힘들고 고통스럽다. 그거 이제 다시 알았으니까 다시 열심히 살아보자고 나 자신에게 말해본다. 파이팅!
J의 질문 : 모아나의 뜻이 어떤 부족의 언어로 바다라고 한다. 사실 이렇게 이름 지어주면 누구라도 바다에 관심이 생기지 않을까 싶은데, 사람이든 사물이든 이름이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해 본 적이 있는지?
H의 생각: 이름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좋아하는 아이돌 이름이 박두팔이라고 하면 깨는 것처럼. 70여 년전에 벌써 김춘수 시인이 '꽃'에서 강조했다. 이름은 '프레임'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사물이나 현상에 어떻게 이름 붙이느냐에 따라 생각하는 방향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J의 질문 : 모아나를 처음 봤던 날은 비행기 안에서였다. 그래서 그날의 여행의 기억을 되살리고 싶을 때 보고는 한다. h도 어떤 노래나 작품을 감상할 때 생각나는 순간이 있나요?
H의 생각: 나는 동생이랑 가는 여행을 참 좋아하는데, 동생과의 여행을 떠올리면 빅뱅 노래가 생각난다. 여행가면서 동생 텐션 올려준다고 빅뱅 노래를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반대로 빅뱅 노래하면 여행갈 때 듣는 곡이라는 생각이 든다.
J의 질문 : 원래도 성공했던 디즈니는 겨울왕국 마블등의 작품을 대성공시켰다. 이제 그 누구도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없는 독점의 끝판왕인 회사가 되었고 동시에 많은 비판을 받는다. 그 비판을 수용하여 파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데 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실사화에서 인어공주, 백설공주의 캐릭터를 전혀 다른 인종을 선택하고, 클리셰를 부수는 작품에서)
H의 생각: 독점의 끝판왕이니까 할 수 있는 파격적인 행보라고 생각한다. 1인자의 여유랄까. 마치 SM 아이돌처럼. 내가 좋아하는 NCT 노래도 갸우뚱하는 노래 가끔 나오는데, 대기업의 자본력으로 밀어붙이는 거랑 같은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유연한 회사인 것 같다. 클래식한 것만 했으면 아마 퇴보하지 않나 싶다.
'시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화 추천] CODA 코다 감상 (0) | 2022.05.03 |
---|---|
넷플릭스 다큐 익스플레인 'K-POP의 모든 것'을 보고 (0) | 2022.04.25 |
[넷플릭스 영화 추천] 돈룩업 - 힙한 지구 종말 영화 (2) | 2022.04.11 |
영화 '맞은 편 자리의 연인' 감상 (0) | 2022.04.01 |
넷플릭스 다큐 "엑스플레인 세계를 해설하다 - 동화" 감상 (0) | 2022.03.2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