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의 감상: 내가 초등학교에 다니던 시절, 그때까지만 해도 집집마다 김치맛이 달랐다. 집집마다 다른 손맛으로 김치를 담가 먹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남의 집 김치를 못 먹었었다. 우리집에서 먹는 김치맛이랑 다르면 왠지 거부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집집마다 다른 김치맛에 그때 그시절엔 옆집, 윗집이 서로의 김치를 나누며 소통했었다.
그땐 김치를 사 먹는다는 개념이 별로 없었고, 사 먹는다는 것에 거부감을 느꼈는데 세월이 지나 어느덧 우리집은 김치를 사먹고 있다. 식당에서 먹는 김치맛도 어느정도 비슷하게 된 것 같다.
이렇게 표준화된 것은 세상에 너무나 많다. 내가 중학생이던 시절 싸이언, 스카이, 모토로라 등등 다양한 피쳐폰들이 있었는데, 이젠 아이폰 아니면 갤럭시 둘 중 하나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익스플레인_세계를 해설하다_동화편' 을 보고 동화도 이런 표준화 과정을 거쳤다는 점에서 굉장히 놀라웠다. 그저 어릴 때 꼭 보아야하는 누군가의 기준으로 정해진 필수도서로만 알고 큰 관심이 없었는데, 동화의 뿌리는 생각보다 깊었고 뻗어나간 가지도 많았다.
이 점에서 느낀 건 역시 동서고금 막론하고 인간의 고민은 비슷했겠구나 느꼈다. 그러면서도 신데렐라에서 나온 마차가 왜 호박모양이었는지 설명하는 부분에서 시대상을 반영한 것에서는 조금씩 디테일이 다른 것에 흥미를 느꼈다.
J의 감상: 몇 년 전 교환학생으로 중국에 있었을 때, 자신의 나라에 전래동화를 소개하는 과제가 있었다. 그때 나는 무엇을 소개할까 고민하다가 콩쥐·팥쥐를 선택했었다. 이야기를 중국어로 정리를 하던 중 나는 이 얘기가 신데렐라와 상당히 유사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신데렐라와 콩쥐·팥쥐는 이미 아는 이야기였음에도 그제야 두 이야기의 구성이 비슷하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이다. 신기한 일이었다. 내게 콩쥐·팥쥐는 한국적인 이야기 그 자체였고 신데렐라는 알지 못하는 유럽의 어느 나라의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그때는 단순히 우연이라고 생각했지만, 세상에 이런 우연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익스플레인 동화’ 다큐멘터리를 보며 다시 한번 깨우쳤다.
동화의 구성, 이유, 나아가 인류의 역사에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를 설명한다. 인류가 처음에 한 조상으로부터 갈라져 나왔다는 가설을 동화에서도 알 수 있다. 과학이 아닌 아무 생각 없이 어릴 때 들었던 동화가 그 증가가 될 수 있다는 점이 상당히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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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내게 많은 인상을 남겼던 선생님은 주로 국어 선생님이었다. 중학교 3학년 때 국어 선생님은 이야기꾼이 되고 싶다면 과거 이야기의 패턴을 파악해 현대에 녹이면 된다는 말을 하셨는데, 그 말이 이 다큐멘터리를 보며 떠올랐다. 내가 추측할 수 있는 한 가지는 아마도 이것이다. 긴 인류의 역사에서 무수히 많은 이야기가 있었고, 사장됐으며, 거기서 살아남은 이야기들은 디즈니로 가 공장형 이야기로 재탄생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디즈니는 어마어마한 수익을 냈다. 지금은 이 다큐멘터리가 있는 넷플릭스를 위협하는 ott도 소유한 회사가 되었다. 저장할 기록 매체도 지금처럼 많지 않았던 과거엔 입에서 입으로 전달되는 동화는 확실히 자극적이고 쉬워야 했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으며 그 증거가 바로 지금까지 살아남은 이야기들이다.
조금은 다른 이야기지만 확실히 동양의 이야기를 소개한다고 하면 서양인들 처지에서는 중국과 일본을 먼저 떠올리나 싶었다. 한국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있는데 전혀 언급하지 않는 부분에서 그렇다고 느꼈다. 개인적으로 애니메이션을 좋아해 디즈니나 지브리의 영화를 보는 것을 좋아한다. 한국의 영향력이 많이 커진 지금 문화사업에 이런 애니메이션 사업을 투자해 우리나라의 전래동화를 전 세계에 소개하는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다.
H의 질문: 요즘은 대량생산의 시대에서 다시 소량생산의 시대로 변하고 있는 것 같다. 마이크로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 같다. 다큐에서 디즈니의 동화 표준화에 대해 장점과 단점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나는 단점에 대해서는 걱정이 사실 안 된다. 사람들의 취향이 세분화 되어감에 따라 디즈니든 어디든 거대한 자본이 내놓은 상품만 쫓아갈 것 같지 않아서 말이다. 나는 그렇게 걱정이 되진 않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J의 생각: 미디어 홍수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개개인에게 맞춤형 서비스가 제공된다. 나는 이런 현상의 증거로 세대 대통합 콘텐츠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점을 꼽는다. 세대별 통합이 되지 않고 자신이 속해있는 세대와만 유대감이 점차 짙어진다. 서로 관심사가 너무 다르니 원활한 소통은 점차 쉽지 않을 것이다.
다양한 미디어의 탄생은 좋은 일이나 과유불급이라고 이렇듯 다양한 곳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듯하다. 요즘은 잠잠해졌지만, 트로트 열풍이 엄청났었다. 그때 느꼈다. 젊은 사람들이 TV를 보는 비율이 확실히 줄었구나. 나 역시 유선 TV를 신청하는 것보다, 미박스라는 제품을 사용하는 게 더 편리하고 좋았다. 그렇다 보니 방송사는 중년층, 노년층을 노리는 방송을 만들게 됐고 그 결과가 트로트 열풍이라고 생각했다. 방송국과 미디어는 자본을 따라간다. 소수보다 그나마 다수의 집단이 선호하는 위주로 무언갈 만들 수밖에 없다. 디즈니도 마찬가지로 그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디즈니 플러스를 만든 건 본격적으로 다품종 소량생산을 하겠다는 의미로도 느껴져서 사실은 잘 모르겠다.
H의 질문: 나는 사실 공장 김치를 좋아한다. 우리집에서 자주 시켜먹는 김치도 있다. 나는 표준화된 김치를 좋아하고 다른 김치는 궁금하지도 않는데, 이런 것처럼 표준화된 것이 취향인 것이 있는지 궁금하다.
J의 생각: 평균에 맞춘 공산품들은 그게 무엇이든 무난하게 쓰기 좋다. 그러나 우리 집은 표준화된 것에 반항하는 성향이 있다. 특히 아버지께서 무조건 해 먹는 것이 더 맛있고 몸에도 좋다며 재료부터 직접 농사를 짓고, MSG는 일절 사용하지 않고 음식을 하시려고 한다. 물론 요리 솜씨가 부모님 두 분 다 좋아서 맛있게 잘 먹고는 있지만, 사실 하나는 그냥 사 먹자고 하고 싶다. 바로 쌈장이다. 직접 만들어주신 쌈장이 맛있긴 한데 이상하게 쌈장은 파는 게 훨씬 맛있다. 이 말을 평생 하지 못하고 그저 밖에서 고기를 먹을 때 열심히 찍어 먹고 있는 중이다.
H의 질문: 동화마다 그 나라, 그 시대에 따라 설정되는 요소가 달라지는 게 흥미로웠다. 다큐에서 나온 설정 중에서 특히 흥미로웠던 설정이 었었는지. 아니면 비슷한 설정 중 흥미로웠던 게 있었는지. 나는 대부분 동화에서 계모에 대해서 나쁘게 이야기되는 게 흥미로웠다.
J의 생각: 악마와 계약하는 뻔한 이 클래식의 기원이 흥미로웠다. 대장장이와 악마의 이야기를 듣고 저게 뭐의 근원이라는 건데? 시큰둥하게 들었지만, 이어 바로 뒤에 나오는 여러 이야기의 설정들과 맞물리면서 신기함을 느꼈다. 인간은 악의 존재와 계약을 해서라도 이루고 싶은 욕망이 내재하여 있구나, 시대가 변하고 생활방식이 변해도 인간이 기본적으로 그 예전부터 변하지 않고 참 나쁜 의미로 한결같다는 걸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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