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점
- 8.7 (2023.06.14 개봉)
- 감독
- 피터 손
- 출연
- 레아 루이스, 마무두 애시, 웬디 맥렌던 커비, 메이슨 베르트하이머, 캐서린 오하라, 로니 델 카르멘
줄거리
불 원소인 주인공 엠버의 부모님은 엠버가 태어나기 전 엘리멘트 시티로 이민왔다. 말도 안 통하는 이국에서 작은 가게를 운영하며 척박한 이민 생활을 일구어 나간다. 그 사이 태어난 딸 엠버는 아버지의 가업을 이어 받아야 한다는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
불 캐릭터인 만큼 인내심이 금방 바닥나 확 타오르는 엠버. 어느날 엠버의 이런 성질 때문에 배수관이 터지게 되고, 물인 '웨이드'를 처음 만나게 된다.
웨이드는 시청 조사관인데, 우연히 배수관을 타고 들어온 엠버네 가게를 보곤 여러 딱지를 끊고, 엠버의 사정을 제대로 듣지 않은 채 시청으로 돌아간다. 아버지가 평생을 바친 가게가 문을 닫게 될지도 모르게 되자, 엠버는 웨이드를 쫓아간다. 웨이드에게 엠버네 가족 사정을 이야기 했지만 이미 딱지는 위 상사에게 보고 되었다.
상관인 '게일'은 배관 문제를 해결하면 엠버네 가게 폐점을 무효화 시켜주겠다고 약속한다. 배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웨이드와 엠버는 서로 만나 해결책을 강구하는데, 그 과정에서 서로에게 끌린다.
엠버는 불로 모레를 녹여 배관 문제를 해결해 가게 문제는 일단락 되었고, 웨이드는 엠버의 재능을 알아봐주며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권한다.
엠버는 가업을 이어받는 일과 자신이 하고 싶은 일 사이에서 갈등하다 결국 마음의 소리를 인정하고 웨이드와 엠버는 엠버의 꿈을 쫓아 멀리 떠나게 된다.
H의 시선
나는 사주를 좋아한다. 엘리멘탈이 개봉하기 한 달 전 우연히 예고편을 보게 되었는데, 심장이 뛰었다. 내가 배웠던 사주 이야기가 나온 것 같아서. 불과 물 캐릭터가 만나 불꽃 튀기는 연애를 하는 걸까. 너무 기대가 되어서 얼른 예매 먼저 갈겼다.
개봉 바로 직전, 재미있다는 평들이 많아서 기대감은 더 높아졌다. 내가 본 예고편 외에는 아무 정보도 찾아보지 않았다. 그냥 느낌이 왔다. 엘리멘탈, 이 애니메이션 너무 재미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웬걸, 영화 시작 전 의외의 선물도 있었다. UP 할아버지 이야기라니, 이건 치트키지~
솔직히 사주 영화다
사주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엘리멘탈을 더 재미있게 봤을 거라고 장담한다. 제작진이 사주를 공부하고 만들었을 것 같진 않지만, 영화 속 설정들이 내가 배웠던 거랑 많이 겹친다.
내가 배운 사주 내용을 불 캐릭터인 '엠버'를 통해 살짝 말해보자면, 누군가 자극하면 잘 못참고 화르르 타오르는 성격, 아빠의 배달 시간을 따라잡겠다는 승부욕 등이 불의 특징을 닮았다. 엠버네 가족은 기력을 회복하기 위해 나무 조각을 먹곤 하는데, 목생화가 떠올라서 귀여웠다. 목생화 하니까 생각나는데, 엠버네 엄마 아빠가 엘리멘트 시티에 도착하고 집을 구할 때 집주인이 '마른 나무'라 거절 당하는 부분도 깨알 같았다. 아무래도 물기를 머금은 나무보다는 바짝 마른 나무는 불에게 취약할 테니.
K-장녀 이야기
엠버는 내적 갈등을 한다. 부모님이 평생을 바쳐 일군 가업을 이어야 한다는 생각과 사실은 하기 싫은 마음 사이에서. 아슈카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기에 자신의 진짜 욕망을 억누르려고 하는 엠버가 안쓰럽다. 그런 엠버를 보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큰 딸로써 엄마, 아빠의 기대감에 부응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하기 싫은 공부를 열심히 했던 나의 지난 날이 떠올랐다.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뭔지 모르는 채, 열심히 공부했었고 부모님이 원하는 공무원이 되고자 몇 년을 공시 생활을 하기도 했었다. 부모님께 그만하고 싶다고 말하기까지 너무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엠버가 자꾸만 머뭇거리는 이유를 십분 이해한다. 아마 전국의 K 장녀라면 다들 공감하지 않을까.
넘치는 건 덜어내고 부족한 건 채우고
엠버는 웨이드를 만나 조금씩 달라진다. 불같은 성격도 어느 순간 누그러졌다. 웨이드를 만나 사랑의 감정을 알게 되고,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점차 깨닫는다.
처음 웨이드를 봤을 땐 감수성 충만해 곧잘 울어서 나약하기만 한 줄 알았다. 알고보니 자기 감정에 솔직한 거였다. 울고 싶을 땐 충분히 울고, 엠버가 좋다고 확실하게 표현하고.
K-장녀인 엠버는 웨이드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지금쯤 가업을 이어받아 마음의 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한 채 살아갔을 거다. 웨이드를 만나 용기를 얻은 엠버가 자신이 진짜로 원하는 일을 찾아 떠나는 장면에서 또 한번 울었다. 역시 내 자신이 진짜로 원하는 게 뭔지 아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자신과 정반대의 상대방을 만나 나의 넘치는 부분은 덜어내고, 부족한 부분은 채워가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요즘 주변 사람들이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 혼자만 잘해서 되는 일은 거의 없는 것 같다. 내 주변 사람들과 상호작용하면서 시너지를 내는 게 중요한 것 같다는 생각이 부쩍 자주 든다.
올해 본 영화 중 제일 재미있게 봤는데, 다들 꼭 봤으면 좋겠다. 많이 흥해서 후속편도 꼭 나왔으면 좋겠다. 공기, 흙 너무 궁금하기 때문이다.
J의 시선
실패해도 괜찮아
여러 애니메이션이 있지만 높은 작품성으로 사랑받는 픽사가 아닐까 생각한다. 픽사의 작품 철학에 주인공이 목표를 달성하는 것보단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담아라 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그말이 애니메이션을 주로 소비하는 어린아이들에게 매우 중요한 영향을 끼칠 거 같다고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수많은 도전을 하며 산다. 매일 하루를 도전하며 사는 것과 다르지 않다. 너무 당연하게 느껴져 도전이 아니라고 느끼지만. 태어난 순간부터 도전이었고 말을 배우는 것 걷는 것 글을 쓰는 것 우린 도전이 아니었던 순간이 없다. 도전이 많은 만큼 수많은 실패를 계속 맛본다.
도전했고 목표에 도달하지 않아도 픽사의 주인공들은 괜찮다. 그게 난 참 좋다고 생각했다. 이번 엘리멘탈에서도 주인공 엠버가 일생의 목표로 삼았던 일이 하고싶지 않은 일이란 걸 깨닫게 되었을 때 그 철학을 느꼈다. 별로 큰일이 일어나지도 않았고 또 괜찮았다. 이런 위로는 다 자란 성인이 돼서 받아도 싫지 않다.
어딘가 친숙해
이건 한국에서 만든 영화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정도로 한국적 요소가 많이 느껴졌다 불같은 성격 뜨거운(매운) 음식 어딘가 이민자 가족들이 운영하는 슈퍼 가게… 책임감과 부모의 마음을 이해하는 케이장녀 스타일에 절 문화까지 왜그렇게 한국스러운지. 감독이 한국계라는 사실을 알았을때 무릎을 칠 수밖에 없었다!
엘리멘탈이 생각보다 북미스코어가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알것도 같다 이방인의 이야기에 잘 공감이 가질 않을테니까.
자신의 문화권이야기가 나온다는 게 이렇게 소중하다는 걸 새삼느꼈다 배경지식이 있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고 극에 몰입할 수 있다는 것 그래서 이 영화가 더 색다르기 느껴졌다.
반대가 끌리는 이유
반대가 끌릴까 아니면 비슷한 사람이 끌릴까? 이거에 대한 나의 해답은 하나다. 사랑이 시작할 때 나오는 마법같은 말이 바로 참 특이해라고 한다. 그사람이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내 안에 이미 특이한 사람으로 규정되는 순간 특별해지는 건 너무나도 쉬운일이다. 이미 다름의 범주에 들어서버렸으니까.
엠버와 웨이드는 너무 다르다. 상극이다. 절대 네버 엮이면 안 될 거 같다. 둘은 그 다름에 엮여버렸고 이상함에 끌렸다. 서로를 받아드리며 스펙트럼이 전보다 넓어졌다. 다름에 삐그덕 거릴 수도 있지만 다르기에 서로 모르는 세상을 알 수 있다. 서로를 지지하고 위해주는 것 특히나 웨이드같은 남자가 없다.
원소주제에 로맨틱하기가 하늘을 찌른다. 이건 기만이다. 엠버가 더 안정적일 수 있게 도와주는 존재로는 딱이란 생각이 들었다.
근데 굳이 나쁘게 말해보자면 좀 답답한 면이 있다 그 엘리멘탈 도시에서 기득권층에 부잣집 애여서 그런지… 뭐랄까.. 답답함이 있었지만 그런 점 때문에 엠버를 온화하게 만들 수 있었던 거 같다.
작품이 정말 좋은 다른 이유중에 하나는 OST다. 라우브의 steal the show는 내게 올해 최고의 곡이다. 숲속과 물속.. 그 어디에 있는 듯한 느낌 둘의 이야기라고 봐도 손색없는 가사 당신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내 인생에서도 주인공이 되어도 좋다는 말 사랑꾼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정말로 요즘 이 노래만 한곡 반복을 하고 있다. 노래로 영화가 완성됐다고 생각한다.
H의 질문
질문 1 하고 싶은 일과 해야하는 일 사이에서 갈등을 겪어본 적 있는지
많이 있다. 매번 스스로 고민하고 갈등하는 주된 이유는 전부 다 이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하고싶은 일을 위해 현재 해야하는 일을 열심히 하고 있다…
질문 2 엘리멘탈에서 아쉬운 점으로 불과 물 이야기에만 치중 되어 있다는 점이 꼽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공감한다. 흙과 공기는 너무 스쳐지나가긴 했다 둘의 이야기에 서사를 담기에 너무 시간이 부족했음으로 이해는 간다.
질문 3 자신과 너무 다른 사람과 시너지를 내본 경험이 있는지
예민한 편인 나는 상대방이 무던할 때 시너지를 내본 적이 있다 물론 삐그덕거리긴 한다. 그런데 상대방의 둔함에 나까지 평온함을 느껴서 오히려 일이 잘 풀린다고 느낄때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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