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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어디론가 떠나고 싶을 때 : 박하경 여행기

by 솔리닉__ 2023. 6.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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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경 여행기
사라져 버리고 싶은 순간,토요일 딱 하루의 여행을 떠나는,국어 선생님 박하경의 예상치 못한 순간과 기적 같은 만남을 그린 명랑 유랑기(2023년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
평점
8.3 (2023.06.07 개봉)
감독
이종필
출연
이나영

여행이 지니는 의미는 무엇일까? 우리는 휴식을 취하고 싶을 때 여행을 가고싶다고 말한다.

'박하경 여행기'는 그 의미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는 작품이다.  

 

 

J의 생각 

 

머리가 터져버릴 거 같아

요즘 자주 드는 생각이다. 일이며, 원하는 거든 어느거 하나 내 뜻대로 잘 따라주는 게 없는 듯하다. 아무리 그런 게 인생이라지만, 잔인하다고 매번 느낀다.

 

코로나가 거의 끝나가고 주변 사람들이 하나 둘씩 여행을 가는 걸 보면서 나도 여행을 가고싶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 하경이도 그런 마음으로 떠난 것이 아닐까. 여기 더 있다간 폭발할 거 같아서.

 

조용한 모든 것

조용한 장소 조용한 사람 조용한 모든 것, 하경의 첫 여행지는 고요했다. 시끄러운 내면과 상반된 모습을 보여줬다. 수행을 하는 내내 잡다한 생각이 하경을 감싸며 그는 좀처럼 집중하지 못 했다. 요즘 유행하는 책이 도파민네이션, 도둑맞은 집중력이라는데 현대인들의 정신세계를 보여주는 장면 같았다.

 

우린 과잉 생산되는 미디어 속에 허우적거리며 산다. 뇌를 쉴 시간은 주지 않는다. 자극적이고 가벼운 컨텐츠들 소비한다. 깊이 있는 사고는 없고 미친듯이 도파민 중독만을 찾아 쫓는다.

 

그럴 땐 몸을 움직이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하경이가 수행중에 뛰쳐나와 정아와 정처없이 걸은 것처럼 말이다.

그 장면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모르는 장소를 정처없이 걷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총 여덟개의 에피소드가 지역별로 분할되어 있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하경이의 여행기를 보며 당장 떠나지 못하는 내게 큰 위로가 되었다.

 

H의 생각 

 

마음 내다버리기. 박하경여행기의 1편 제목이다. 요즘 마음 비우기에 노력중이라 관심이 확 갔다. 잔잔하지만 쿨한 연출이 마음에 들었던 박하경여행기 1편. 하경이 정류장을 잘못 내리는 것부터 P인 내 여행 스타일과 좀 닮은 박하경의 하루가 마음에 들었다.

 

마음 내다버리기

나의 마음 속엔 내가 너무 많다. 일 잘하는 나, 돈 많은 나, 예쁜 나 등등. 그래서 내 마음 속엔 숙제 같은 짐이 많다. 자기계발도 해야하고, 돈도 벌어야하고, 운동도 해야하고... 그런 말이 있지 않은가. 너무 많은 건 없는 것과 같다고. 내 마음 속에 짐이 많으니까 이룬 것도 별로 없는 것 같다. 이거 조금, 저거 조금 하니까 그런 것 같다.

 

그래서 속 시끄러운 적이 많았다. 내 삶이 불만족스러울 때가 많았다. 요즘은 그런 내 마음이 힘들고 지쳐서 마음을 비우는 연습을 하고 있다. 그리고 정말 중요한 작은 것만 마음 속에 담기로.

 

내가 싼 짐은 내가 메야 한다. 하경이 여행 짐을 단출하게 쌌듯, 나의 긴 인생이라는 여행에서 마음의 짐을 단출하게 해야겠다. 그래야 안 지치고 오랫동안 걸을 수 있겠지.

 

비빔밥

 

하경은 템플스테이에서 비빔밥을 먹는다. 누구나 아는 재료로 만든 비빔밥인데, 하경은 별 거 아닌데 왜 이렇게 맛있냐며 의아해한다. 사람이든 물건이든 언제 어디서든 접할 수 있는 게 낯선 곳에서 만나면 그 가치가 더욱 빛이 날 때가 있다.

하경은 소설가와 동정오룡이라는 차를 함께 마신다. 차가 너무 맛있어서 특별한 차인지 물어본다. 스님은 보통이라고 말한다. 알고 보니 정말 특별하지 않다. 인터넷에서 샀다고.

비빔밥이든 동정오룡 차든 별 게 아닌 게 특별하게 느껴지는 건 하경이 특별하게 느껴서다.

이 장면을 보면서 느꼈다. 역시 중요한 건 마인드다. 특별한 건 별 게 아니다. 내가 특별하게 생각하면 특별한 게 되는 거다. 마음 비우기와 더불어 내가 가진 것을 소중하게 바라봐야겠다.

 

나만의 즐거움

 

하경은 혼자 절 근처를 돌아다니다 길을 잃게 된다. 그러다 묵언수행을 하는 정아를 만나고, 정아가 가던 길을 함께 간다.

정아가 가는 길은 정아만의 루틴이 아니었을까. 햇살 좋은 숲 속에서 새 지저귀는 소리도 조용히 들어보고, 솔방울 냄새도 맡아보고, 막힐 것 없이 펼쳐진 바다를 바라본다. 그러곤 정아는 말한다. '이제 좀 살 것 같다'고. 그리고 하경도 웃는다.

이 장면을 보면서 나도 뭔가 힐링이 됐다. 생각해보니 나는 나만의 즐거움을 알고 있는지 의문이다. 아무에게도 의지하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나만의 힐링법이... 나에게도 있던가?


첫 에피소드 제목이 마음 내다버리기인 만큼 가볍게 볼 수 있었다. 주말에 보기 딱 좋다. 요즘 지루한 나의 일상을 깨버릴 계기가 필요했는데, 모니터로나마 작은 계기를 만난 것 같다.

 


 

J가 H에게 묻다

J_갑자기 훌쩍 여행을 떠나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는지 그렇다면 어디로 가고싶었는지..

 

H_내 최종 꿈이 여행 유튜버라 항상 여행에 목마르다. 요즘은 예전에 갔었던 여행지를 다시 가고 싶다. 유럽도 좋고, 일본도 좋고. 너무 오래 전에 가서 다시 여행지에서의 추억을 업데이트하고 싶다.

 

J_여행에서 같은 사람을 만난 적이 있는지 궁금하다

 

H_나는 여행하면 꼭 누구와 함께 가고, 그 누구와 꼭 붙어 다녀서 낯선 누군가와 이야기라도 나눈 적이 없다. 다음에 여유롭게 여행 가면 낯선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

 

J_템플스테이를 가본적이 있는지 궁금하다

 

H_템플스테이 가본 적 있다. 딱 한 번. 절에서 주는 음식이 나쁘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버섯 요리가 고기인 척하는 게 좀 열 받았었다. 거기서 난 알았다. 내가 육식주의자라는 걸. 템플스테이가 끝나자마자 친구들과 함께 고깃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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