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하게 점점 집중을 잘 하지 못한다. 지금 이 글을 쓰려고 마음먹는 와중에도 몇 번이나 자꾸 집중하지 못하고 다른 멀티태스킹을 하려고 한다. 사람들은 모두 입모아 말한다. 우리가 점점 이상해지고 있다고 과연 우리의 집중력은 누가 가져갔을까?
특색이 사라지는 사람들
대중교통을 탈 때 안 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핸드폰을 보는 것이다. 어느 날 손도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사람이 가득한 만원 지하철에서 소름이 돋았다. 손을 뻗을 수 있 는 공간이 오십 센티미터도 되지 않는 듯한 곳에서 어떻게든 핸드폰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 때 문이었다. 그게 불쾌한 골짜기처럼 기분이 나쁘게 느껴졌다. 사람들은 어쩌다가 움직일 수도 없는 공간에서도 핸드폰을 봐야 편안함을 느끼는 생명체로 진화하게 됐을까?
최근에 도파민 중독, 도파민에 전두엽이 녹아내린다는 말이 유행한다. 그 말에 처음에 웃어 넘겼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웃기지 않다. 진짜로 내 뇌가 이 가로세로 이십 센티미터도 안 되 는 작은 기계에 지배당한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분명해야 할 일이 있음에도, 뇌는 생각을 하 고 싶어 하지 않는다. 유튜브 재생목록엔 쇼츠가 잔뜩 묶여있다.
그럴 때마다 죄책감에 휩싸 이는데 벗어날 수가 없다. 원인은 전부 내게 있다. 내 의지력이 약한 것이 문제라고 생각하며 나약한 나 자신을 자책했다. 그러나 이 책에선 더 큰 비밀이 숨겨져 있음을 내게 알려주었다.
거대한 자본이 훔쳐 간 것들
찾았다. 집중력을 훔쳐간 범인을 말이다. 자본주의 시장구조에서 승리자가 되는 법은 간단하다.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은 부를 축적하면 된다. 단, 거기서 도덕성은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 누가 잘못되든 상관없다. 돈만 많이 벌면 된다. 인권이 어떻게 되든, 누군가 핍박받아도 살피지 않는다. 어차피 그러라고 만든 시장구조 다. 누군가 돈을 벌면 누군가는 빚을 지는 구조. 그들은 사람들의 돈을 어떻게 뜯어갈지 궁리 한다. 예전에 소셜 딜레마라는 넷플릭스 다큐를 본 적이 있다. ‘도둑맞은 집중력’과 같은 주제다.
2022.08.23 - [시선] - 넷플릭스 다큐 - 소셜 딜레마 감상
당시에 충격을 받았던 장면이 있다. 사용자의 위치를 고려하여 광고가 뜨거나, 대화를 파악하 여 거기에 맞는 광고를 띄우는 것이다. 끝없는 알림으로 사람을 현혹한다. 집중력이 떨어질수 록 거대 자본주의는 돈을 더 번다. 이 교묘한 싸움에 그들은 더 큰 돈을 투자하여 우리의 집 중력을 계속해서 갈취한다. 세상에 진정한 공짜는 없다. 어떤 것도 그저 얻어지는 것은 없다. 기업이 우리에게 공짜로 무언갈 제공하는 것은 다른 꿍꿍이가 숨겨져 있다는 걸 이제 모르지 않는다. 그런데도 나는 계속 그들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고 있다.
내 삶을 위해 싸우기
하루아침에 달라지는 것은 없다. 나는 그들이 만들어놓은 판에 천천히 중독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나를 천천히 옭아매는 도둑들의 원리를 깨달았다. 여기서 나는 할 수 있는 선 에서 최선을 다해 싸우려고 한다. 모르는 상태로 당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알고나서 당하는 건 기분이 너무 나쁘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며 그간 방탕하게 살았던 삶에 대해 혼나는 느낌이 들었다. 한 번 망가진 집중력이 회복되기 쉽지 않겠지만, 알고서도 똑같은 우를 범하고 싶지는 않다. 자기 반성의 의미로 앞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핸드폰을 덜 보는 습관을 가져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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