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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홀로리뷰

[책추천] 따뜻한 이과생이 남긴 조금은 특별한 에세이 :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리뷰

by 솔리닉__ 2025. 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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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진짜 오랜만이네요
사실 책을 그동안 계속 읽긴 했지만, 리뷰는 잘 안했습니다.
 
독후감도 가끔 쓰고, 독서모임도 가졌지만 블로그에 공개적으로 글을 쓰는 건 뭐랄까 생각보다 공수가 더 걸리더라고요.
대충 읽고 넘길 확률이 더 크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내 글이 누군가의 뇌속에 꽂힐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신중해집니다.
 
어쨌거나 거의 책리뷰를 일년여만에 쓰는데, 너무나도 좋은 글이라 한 번 리뷰를 적어보려고 합니다.
물론 두서가 없이 쓰는 게 저의 글의 특징인데, 이번만큼은 그래도 기승전결 딱 나눠서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저자 심채경 박사

 

 
저자인 심채경 박사님은 천문학자입니다. 일단 검색해서 나오는 정보를 적어보자면, 경희대학교 우주탐사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셨고,  2022년 12월 ~ 2023년 1월, tvN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인간 잡학사전》 (8회 출연)에 출연하신 적이 있습니다.  2023년이후에는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으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줄거리

 
사실 에세이의 줄거리를 적기란 쉽지 않지만, 그래도 간략하게 소개를 해보겠습니다. 
 
1부. 대학의 비정규직 행성과학자
2부. 이과형 인간입니다
3부. 아주 짧은 천문학 수업
4부. 우리는 모두 태양계 사람들
 
목차의 구성은 이렇습니다. 1부에서는 천문학을 하게 된 이유와 재학이나 교수생활을 하면서 생겼던 에피소드들이 담겨있습니다. 2부도 재밌게 읽었지만 크게 기억에 남지는 않았습니다. 1부의 연장선이라고 느껴졌습니다. 특히 저는 3부가 재밌었는데, 천문학의 깊지는 않지만 알찬 지식과 박사님의 따뜻한 마음을 알 수 있는 에피소드가 많이 있었습니다. 4부도 재밌었는데, 저는 오타쿠라 그런지 몰라도 벅차오르는 챕터였습니다. 
 
 

천문학자가 쓰는 에세이는 어떨까?

 
우선, 저는 천문학과는 아주 거리가 먼 사람입니다. 지구과학도 고등학교 1학년때 배웠던 게 마지막이고 기억도 가물가물한 상태입니다. 
 
그런데 별을 보는 것을 좋아하고, 우주쇼가 있다면 밤새서 하늘을 바라본 적도 몇 번 있습니다. 어쨌거나 밤하늘을 좋아하고 우주의 신비를 보면 푹 빠져서 봅니다. 잠 자려고 우주 ASMR을 틀어놓고 꽤 오래 시청하는 정도의 흥미를 가진 사람이라고 보면 될 거 같습니다. 좋아하는 하지만, 재능이 없어서 일방적인 짝사랑인 관계입니다. 
 
자기개발서는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개개인이 자신의 인생 가치관과 사건사고에 얻은 교훈과 지혜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는 에세이는 좋아하기에 기대됐습니다. 무엇보다 추천을 받을 때 따뜻한 이과형 인간이라는 말이 흥미로웠거든요.
 
전반적으로 또 에피소드에 대해서 아래에 서술하겠지만 결론만 놓고 말하면, 네 정말 가슴이 따뜻해지는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몇몇 에피소드에서는 눈물도 나더라고요. 지하철에서 주로 책을 읽는데 눈물이 나서 혼났습니다. 물론 제가 F형 인간인것도 한몫했습니다. 어쨌거나 우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벅차오르는 건 기본이요. 우주에 대한 이야기로 상식이 느는 것도 덤이었습니다. 

 

밑줄 친 이야기들 

 
그럼 책 속에서 제가 인상 깊었던 문장들을 소개해보겠습니다. 

떠난 이들은 남지 못한 게 아니라 남지 않기를 선택한 것이었고, 남은 이들은 떠나지 못한 게 아니라 떠나지 않기를 선택한 것이었다. 이제는 안다. 어느 쪽을 선택했든 묵묵히 그 길을 걸으면 된다는 것을. 파도에 이겨도 보고 져도 보는 경험이 나를 노련한 뱃사람으로 만들어주리라는 것을

 

오늘 내가 할 일은, 애써서 받은 그 '연구 면허'가 별무소용인 종잇장이 되지 않도록 연구자로서 할 일을 다 하는 것뿐이다. 평가하고 평가받는, 누구나와 같은 그 삶 속을 묵묵히 걸어가는 것뿐이다. 내일도, 그리고 모레도.

 
사실 이 문장이 좋은 이유는, 존버를 아름답게 표현했기 때문입니다. 책을 읽기 전까지는 몰랐는데 박사학위를 취득한 박사도 먹고사니를 논해야 한다는 게 좀 충격적이었습니다. 연구과제를 따내거나 강의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 그렇기에 포기하고 떠나는 이들을 많이 목도했다는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연습이 부족해서 생긴 빈틈은 그 원리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해보는 것으로 메꿀 수 있다는 것. 우리가 구구단은 달달 외워도 인도 학생처럼 19단까지 외우진 못하지만, 곱하기의 원리를 이해하고 있으니 계산해보면 19곱하기 19까지 써 내려갈 수 있듯이요. 괴로울 때는 '왜 그때 더 잘하지 못했을까'하고 과거의 자신을 질책하게 되지만, 그땐 나름대로 이유가 있어서 삶의 다른 면을 돌보고 있었잖아요. 

 
이 내용은 심채경 박사님이 강의를 하던 시절에 학부생에게 쓴 메일중의 일부입니다. 일단 이 에피소드 RE)교수님을 읽으며 살짝 억울해졌습니다. 왜? 나에게 이런 교수님이 없었는가. 허탈해졌습니다. 학생들의 요구를 전부 들어줄 수는 없지만, 사려 깊은 말로 이야기하며 심지어 인생의 진리까지 더해서 메일을 써주다니요. 진짜 감동입니다. 
 

아무튼 그때까지 지구상에서 그 그래프를 본 건 이 탁자에 앉아 있는 '오직 두 사람' 뿐이라는 것도 분명했다. (중간 생략)
달은 지구를 한 달에 한 바퀴 도는데, 그중 5일 정도는 지구 자기장 영역을 통과한다. 이때 태양에서 달을 향해 날아가는 입자가 지구 자기장에 가로막혀서 달의 특정 경도 지역에 도달하지 못하는 일이 수억 년 반복되면서 땅에 흔적을 남긴 것이었다. 

 
이 에피소드는 연구를 하면서, 엄청난 연구결과를 발견한 때의 이야기입니다. 음 사실 제대로 이해가 안 갔지만 ㅋㅋㅋㅋ 박사님이 즐거워하시고 흥분하셨다는 게 느껴지는 챕터였습니다.
 

게다가 지구와 교신하는 안테나는 탐사선의 뒤쪽에 붙어 있어서, 뒤를 돌아보는 동안은 안테나가 지구 정반대 쪽을 향하므로 신호를 주고 받을 수가 없다. (중략) 
 
모두를 설득하기까지 7~8년이 흘렀고, 그러는 동안 보이저와 지구 사이의 거리는 점점 벌어졌다. 마침내 보이저의 모든 과학 탐사가 끝난 후에야 고향을 잠시 돌아보는 위험한 응시가 허락되었다. 너무 멀어지기 직전에 건진 사진 속 단 하나의 픽셀에, 지구라는 '창백 한 푸른 점이 찍혔다.' 

 

 
이 유명한 사진의 숨겨진 비하인드 스토리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수성은 다르다. 공전 주기 88일에 비해 자전 주기 59일이 너무 길어서, 해가 뜨고 지는 것은 공전과 자전의 하모니에 의해 결정된다. 수성 어디에서나 두 번의 일출과 두 번의 일몰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경도가 결정한다. 

 
아름다운 일출과 일몰을 하루에 두 번이나 만날 수 있는 수성이라니. 너무 낭만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행성 보호국에 취직한다면 화성이나 토성의 위성 엔셀라두스, 혹은 타이탄에 보낼 탐사선 부서에는 발도 들이지 않는 것이 좋을지도 모른다. 이런 곳들은 생명이 싹트기 좋은 환경이라서 행성보호국의 업무 강도가 세다. 우리가 생명 발생을 야기해서도 안 되고 그곳에 만약 이미 생몇에가 있다면 지구 귀환선에 묻어 초장거리 이사를 하지 않도록 하지 위해 이곳의 직원들은 사력을 다할 것이다. 

 
정말 흥미롭지 않은가요?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다른 행성에 생명 발생의 우리가 원인이 될지도 모른다는 것을요. 그걸 막기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요. 

인류는 언제부터 밤하늘의 별을 올려다보았을까?  고인돌에도 별자리가 새겨져 있고, 구석기시대의 동물 벽화에도 별이 그려져 있다고 한다. 하긴, 별을 보지 않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원시 인류는 가로등도, 상점 간판의 불빛도, 자동차 헤드라이트도 없는 칠흑 같은 밤하늘을 매일 밤 보았을 테니까.

 
이 문장을 보면서 아주 과거 인류는 별을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지 궁금해졌습니다. 깜깜한 어두운 밤에 어떤 미래를 꿈꾸며 살아갔을지 그들과 나 사이에 지금 보이는 연결고리는 없지만, 우리가 사는 땅은 너무나도 많이 변했지만 (세차운동이 있긴해도) 지구에서 바라보는 우주 별 밤하늘은 그때와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테니까 그것이 나에게는 조금 가슴 설레는 일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언론은, 어쩌면 사람들은, 대단한 과학자를 집중 조명하고 싶어한다. 고난을 극복한 영웅담에 빨리 감탄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과학자를 여럿 키워서 그중 한 사람이라도 대단해지는 과정을 지지하거나 지켜보는 것은 별로 인기가 없는 모양이다. 세계적 과학자가 어디서 뿅 하고 갑자기 나타날 리 없는데. 

 

마지막 감상 

 
우리는 순수과학이나 분야의 너무 관심이 없다. 연구비도 줄이는 마당에, 흠 천문학자의 고충은 이런거구나 느끼게 되었습니다. 
 
여성 연구자가 겪는 힘든 일이나, 사실 엄청나게 원대한 꿈을 가지고 시작한 일은 아니지만 고군분투하며 지낸다거나, 하는 모든 이야기들이 다른 분야의 사람이지만 공감이 가고 또 재밌었습니다. 
 
나와는 다른 영역에 특화되어 세상을 다르게 보는이의 이야기는 재미있습니다. 그들에게는 제가 모르는 이야기가 있지요.그런 이야기를 읽고 들을 수 있다는 건 어쩌면 행운일지도 모릅니다. 
 
특히 마지막장에서는 인류애를 많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사람을 달에 보내서 기뻤다고 했단다. '우리'는 미국인도, 미항공우주국 관계자도 아닌, 인류 전체였다. 이번엔 내가 조금 놀랐다. 과연 못난 자격지심이었구나

과학 논문에서는 항상 저자를 '우리we'라고 칭한다. (중략)
그래도 논문을 쓰는 저자를 자칭할 때 '우리'라고 하는 것이다. (중략)
그 이유를 알게 된 것은 학위를 받고도 한참이 지난 후였다. 연구는 내가 인류의 대리자로서 행하는 것이고, 
그 결과를 논문으로 쓰는 것이다. 그러니 논문 속의 '우리'는 논문의 공저자들이 아니라 인류다. 

 
아니 인류애가 사라진 요즘 세상에서 차갑디 차가울 거라고 생각한 과학의 논문이 이리 따뜻할 수 있나요? 인류의 대리자로서 모두를 위해 논문을 작성했다라니.. 이런 모순된 행동들에 저는 그만 정신을 잃고 말았습니다. 
 
 

추천?! 

 
이 책을 추천하냐고 물으신다면 추천드립니다. 과학적 지식과 소양을 쌓기 위해 읽으려고 하신다면 그 깊이를 얼마나 기대하시는지에 따라 다를 수 있겠습니다. 어쨌거나 오랜만에 꼭, 리뷰를 남기고 싶게 만드는 글이었습니다.
 
비록 저는 개인의 한계 때문에 우주관련 종사자는 되지 못 했지만 책에 나와있는대로 우주 연구의 발전을 위해 작은 관심을 가져보려고 합니다. 

다양한 에피소드로 과학에 한발자국 다가갈 수 있어 즐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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