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우울증으로 10년째 병원에 다니고 있다. 2014년 여름부터 병원에 다니기 시작했으니까 올해로 딱 10년째. 정말 많이 힘들었는데, 어느새 시간이 지나 그럭저럭 잘 살고 있다. 그럭저럭 잘 살고 있다는 걸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10년 전엔 직업도 없었고, 스펙도 없었다. 지금은 직장도 있고, 작고 소중하지만 돈도 벌고. 사회구성원으로서 일인분의 몫을 하고 있다. 기분도 나름 괜찮다. 이렇게 되기까지 시간도 많이 걸렸고, 노력도 정말 많이 기울였다. 우울증 관련해서는 10년을 겪어봤으니 내 글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싶어 몇 자 적어본다.
증상
2012년쯤인가부터 증상이 나타났던 것 같다. 당시 대학생이었는데, 걱정되는 일이 자꾸 생각났다. 당시 친하게 지냈던 언니가 있었는데, 그 언니에게 뭔가 잘못한 것 같은 일이 불현듯 떠올랐다. 이미 수 개월이 지났고 지금 생각하면 딱히 내가 잘못한 것도 아닌 일인데, 그때는 뭔가 솔직하게 말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고민 끝에 그 언니에게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해명을 했다. 언니의 반응은 이미 지난 일인데 뭘 신경 쓰냐며 대수롭지 않아 했다. 그렇게 내 고민은 끝이 날 줄 알았다.
그게 시작이었다.
하나의 고민이 사라지니까 또 다른 고민이 생각났다. 어떤 고민인지 지금은 기억도 안 나는데, 인간관계 관련한 일인 것 같다. 관련된 사람한테 가서 또 해명을 했고, 그 일도 마무리지었다.
이것만 해결되면 산뜻해질 줄 알았는데, 그 뒤로도 같은 고민이 이어졌다. 정말 미치는 줄 알았다. 내가 뭔가 잘못한 게 없는지 자꾸만 과거를 생각하다보니 어느새 초등학교 때 잘못한 일까지 떠올랐다.
당시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특히 행정법이라는 과목을 공부할 때 정말 괴로웠다. 행정법에 적혀 있는 항목들 중 괜히 내가 잘못한 것 같은 것들이 있는 것 같아서.
과거에 잘못이 있을 것만 같은 이 생각은 해결되기 전까지 끝나지 않았다. 며칠이든, 몇 주든 한가지 생각이 계속 났다. 인터넷을 찾아보며 내가 잘못한 게 아니라는 것을 나 스스로 증명하게 되면 그 고민은 해결되고 잠시 기분이 괜찮아진다. 그러고 나서 또 다른 고민이 찾아온다.
지금 생각해보면 백수인 채 공무원 준비를 해서 불안한 마음이 그렇게 발현된 것 같기도 하다. 난 아무런 스펙이 없는데, 공무원이 아니면 괜찮은 직장에 못 갈 것만 같은데, 그래서 공무원이 꼭 되어야 할 것 같은데. 이런 생각 때문에 공무원 결격사유에 엄청 꽂혔었다. 정말 열심히 공부했는데 결격사유 때문에 내가 공무원이 못 되면 안 되니까. 과거에 내가 했던 행동들 중 결격사유에 해당하는 게 없는지 정말 끊임없이 생각했다.
나중 가서는 내가 누군가에게 피해를 입히면 어쩌나 노심초사했다. 지금 기억나는 건 비오는 날이었는데, 내 우산에 있는 물방울이 누군가에게 튀었던 것 같다. 혹시 몰라서 지나가던 그 사람을 굳이 붙잡아서 사과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말도 안 되는 일 가지고 몇 날 며칠을 고민하고 괴로워했다.
당시에는 내가 너무 생각이 많아서 생각 좀 그만하고 싶다고만 생각했다. 우울증일 거라는 생각은 못했고, 이런 상태로 일 년 넘게 혼자 끙끙 앓았다.
어느 날 인터넷을 뒤져보다가 내 증상이 강박증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같은 생각을 반복하니까.
공무원 시험을 볼 때까지 어찌어찌 버텼는데, 시험이 끝나고 아무것도 안 하니까 더 미칠 것 같았다. 그래서 용기를 내어 아빠에게 말했다. 너무 힘들다고. 병원에 가봐야겠다고. 아빠가 병원이 있는 곳까지 같이 가주었고, 그날부터 병원에 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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