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인 조르바를 읽고

 

그리스인 조르바

현대 그리스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장편소설『그리스인 조르바』. 카잔차키스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안겨준 작품으로, 호쾌한 자유인 조르바가 펼치는 영혼의 투쟁을 풍부한 상상력으로 그리고 있다. 주인공인 조르바는 카잔차키스가 자기 삶에 큰 영향을 끼친 사람으로 꼽는 실존 인물이다. 이 소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카잔차키스의 인생과 작품의 핵심에 있는 개념이자 그가 지향하던 궁극적인 가치인 '메토이소노', 즉 "거룩하게 되기"를 이해해야

저자

니코스 카잔차키스

출판

열린책들

출판일

2009.12.20

 

 

작가 카잔차키스가 들려주는 그리스인 조르바의 이야기. 젊은 지식인인 '나'는 크레타 섬에서 광산 사업을 시작하려 할 때 조르바를 만난다. 육십 세가 넘은 조르바는 삶을 온전히 즐기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다. '나'는 조르바와 함께 지내며 책으로는 배울 수 없는 삶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된다.

삶을 온몸으로 맞이하는 조르바

조르바는 내가 지금까지 본 어떤 캐릭터와도 다르다. 그는 육십이 넘은 나이에도 새로운 것을 배우는 걸 두려워하지 않았다. 산토리니라는 어린 과부를 사랑할 때도, 처음 보는 악기를 연주할 때도 망설임이 없었다. 실패해도 개의치 않았다. 그저 그 순간을 온전히 즐겼다.

나는 조르바를 보며 내가 얼마나 많은 것들을 주저하고 있었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새로운 도전 앞에서 실패를 두려워하고,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느라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을 하지 못했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조르바는 그런 걸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래서 그의 삶이 더 풍요로웠다.

 

책과 삶 사이

'나'는 책을 통해 삶을 이해하려 했지만, 조르바는 삶 자체를 스승 삼았다. 조르바에게 부처는 그저 책 속의 인물이었다. 그는 오히려 바닷가에서 만난 어부들에게서, 마을의 평범한 사람들에게서 더 많은 것을 배웠다.

내가 그동안 얼마나 책에만 매달려 있었는지 생각하게 된다. 물론 책을 통해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직접 경험하고 느끼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조르바가 '나'에게 계속해서 책을 내려놓으라고 했던 이유를 이제는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자유를 향한 갈망

조르바의 춤은 진정한 자유의 표현이었다. 그는 광산 사업이 실패했을 때도, 자신이 사랑하는 이가 죽었을 때도 춤을 췄다. 기쁨도, 슬픔도, 분노도 모두 춤으로 표현했다. 그것이 조르바가 아는 가장 순수한 자유였다.

나도 저런 자유를 누릴 수 있을까. 사회적 관습과 책임에서 벗어나 진정 내가 원하는 대로 살 수 있을까. 조르바를 보고 있으면 그런 삶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닐 거란 희망이 생긴다. 어쩌면 우리는 스스로를 너무 제한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계속해서 조르바가 부러웠다. 그의 자유로움이, 삶을 대하는 태도가 그저 부러웠다. 하지만 동시에 위로도 받았다. 우리도 조금씩 조르바처럼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얻었기 때문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순간을 온전히 즐기며, 진정한 자유를 찾아가는 여정. 그것이 조르바가 우리에게 보여준 삶의 모습이 아닐까.

결국 우리는 모두 조르바처럼 살고 싶어 하는지도 모른다. 규칙과 관습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유를 찾아 떠나고 싶어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그래서 더욱 조르바가 특별하게 느껴진다. 그는 우리가 꿈꾸는 이상적인 모습을 실제로 살아냈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 나는 조금 더 용기를 내보려 한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을 해보려 한다. 비록 조르바처럼 완벽하진 못하더라도, 조금씩 진정한 자유를 향해 나아가보려 한다. 그것이 이 책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이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