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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다양한 리뷰

넷플릭스 다큐 어른 김장하 리뷰

by 송거부 2023. 8.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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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돈'을 많이 좋아한다. 어렸을 때부터 물질적인 것을 참 좋아했었다. 그래서 30대인 지금도 아이돌 직캠 영상을 자주 찾아보곤 한다. 예쁘게 메이크업하고 대중 앞에서 멋지게 퍼포먼스 하는 그들을 보고 있으면 너무 부럽다.

 

이렇게 세속적인 나와 완전히 다른 인생을 사신 분에 대한 다큐를 며칠 전 발견했다. 학교를 설립할 만큼 돈을 억수로 많이 버신 분인데 그만큼 기부도 많이 하셨다고 해서 궁금했다. 얼른 넷플릭스를 켜서 '어른 김장하'를 검색해 봤다.

 

넷플릭스 다큐 <어른김장하> 정보

장르 : 다큐시리즈, 사회 & 문화 다큐멘터리
공개일 : 2022년 12월 31일
러닝타임 : 회당 50분, 에피소드 2개
출연 : 김장하
  • 지역방송사에서 처음으로 백상예술대상 교양작품상 수상
  • 2023년 1월 이달의 PD상, 이달의 좋은 보도,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 35회 한국PD대상 등 수상

 

어른 김장하

처음 다큐를 볼 땐 여러 방면에서 좋은 일 많이 하신 분인데 이렇게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게 의아했다. 조금 보다 보니 왜 그런지 알았다. 그간 어떤 인터뷰도 사양해 오신 것. 나는 조금만 선행을 해도 남들에게 알리고 싶은 마음이 한가득인데, 나와는 정말 정반대이신 분이다.

 

그는 경남 진주에서 50여 년 간 한약방을 운영하며 지역사회에 많은 공헌을 하신 분이다. 사비로 명신고등학교를 설립하여 학생과 교사들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이후 학교를 국가에 헌납했다.

 

수많은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었고, 대학등록금에 용돈까지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공부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고 하는데,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아서 지원 규모 또한 미스터리로 남았다고 한다.

 

이 다큐에서는 아주 소소한 웃음 포인트가 있는데, 인터뷰 질문 내용이 선생님께 자랑이 될 만한 것이면 입을 꾹 다무시는 점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50분짜리 에피소드 2편에서 김장하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분량은 생각보다 적고, 선생님께 도움을 받았던 수많은 사람들의 다양하고도 한결같은 이야기로 채워졌다.

 

스스로 나서서 이야기하지 않고도 주변 사람들에 의해 전해지는 이야기 조각들이 모여, 어른 김장하의 인생을 짐작할 수 있는 점이 이 다큐의 매력이다.

 

무주상보시의 삶

다큐를 보다 보면 '무주상보시'라는 말이 나온다. 의미는 '내가 내 것을 누구에게 주었다는 생각조차도 버리는 것'이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하는 것부터, 여성인권, 형평운동, 언론사 등 다양한 곳에 기부하신 김장하 선생님은 무주상보시의 삶을 살았다.

 

어떻게 저렇게까지 이타적인 삶을 살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던 차에 궁금증이 풀렸다. 한양방을 운영했던 선생님은 아픈 사람들의 돈으로 돈을 벌었으니 허투루 쓸 수 없다고. 이렇게 말씀하시는 장면이 정말 인상 깊었다.

 

돈을 벌어본 사람들은 알 거다. 돈을 버는 게 얼마나 힘든지. 돈 버는 것만큼은 철저히 내 위주로 생각했던 것 같은데, 내가 버는 '돈'에 대해 새롭게 생각해 보게 되었다.

 

돈은 똥과 같다

김장하 선생님이 어떤 마인드로 기부를 해오셨을지 짐작이 가는 부분이 또 있었다. '돈은 똥과 같아서 쌓여있으면 냄새가 나지만 밭에 흩뿌려 놓으면 좋은 거름이 된다'는 말씀을 하셨다고 한다.

 

그동안 좋은 사람들, 좋은 곳에 기부를 하셔서 곳곳에서 선생님의 선한 영향력을 받은 수많은 사람들이 생겨났다. '돈은 똥과 같다.' 이 말은 나에게 충격적일 만큼 좋았다. 곱씹을수록 좋은 말인 것 같다. 내가 가진 것을 베풀면 더 크게 좋게 돌아온다는 말인 것 같다.

 


 

수저 색깔을 따지고 SNS에서는 서로의 행복을 과시하는 요즘 시대에 마음이 따뜻 몽글해지는 다큐였다. 다큐에서 여러 사람들이 같은 말을 한다. '선생님을 닮고 싶다'라고.

 

다큐 2편을 다 본 나도 어느새 그런 생각이 들게 됐다. 내가 좋아하는 돈을 정말 귀하게 쓰신 것 같은 분. 다큐 제목처럼 진짜 '어른'을 만나 깊은 가르침을 받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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