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지구에서 한아뿐 리뷰
특이하고 엉뚱하지만 우주 제일가는 로맨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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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서 한아뿐
주인공인 한아에게는 오래 사귄 남자친구 경민이 있다. 경민은 늘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자유로운 영혼으로, 한아와 함께하기 보단 자신이 하고 싶은대로 행동하는 타입이다.
그러던 어느날 경민은 캐나다로 별을 보러 간다고 떠났다. 경민이 여행을 하러 간 곳에서 운석이 떨어진 것이다. 한아의 걱정이 무색하게 경민은 무사히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경민이 돌아오고 난 뒤 철이 들었다. 그러니까 예전에 자유분방한 경민이 아니라 한아를 배려하고 생각하는 사람으로 바뀐 것이다.
한아는 그게 이상하다고 느끼던 중, 경민의 입에서 나오는 초록빛 광선을 보고야 만다.
달라진 경민은 바로 한아를 보기위해 무려 2만 광년을 달려 지구로 온 외계인이었다.
그거 알아? 내가 너한테 반하는 바람에, 우리 별 전체가 네 꿈을 꿨던 거?
나보다 내 망원경이 더 먼저 너를 사랑한 거야.
지구에서 한아뿐 p101
책을 읽으면서 계속 웃음이 나왔다. 저렇게 멀리서 한아에게 반해 지구로 목숨을 걸고 달려온 외계인이라니, 독특하긴 해도 너무 로맨틱했다. 심지어 지구 제일도 아니다, 외계인이라 우주에서 제일 로맨틱할지도 모른다.
저런 말을 하는 외계인에게 어찌 마음을 뺏기지 않을 수 있을까? 한아는 경민에게 점점 빠져들고 둘은 남들과는 조금 다른 연애를 한다.
한아가 부럽기도 하면서 경민도 역시 부러웠다. 저렇게 딱 저 사람이다 하는 운명의 상대는 어떻게 만날 수 있을까?
한아의 친구인 유리와 지구인 경민은 사이가 좋지 않았다. 사이가 안 좋다긴 보단 유리가 경민을 탐탁지 않아했는데 외계인 경민으로 바뀌고 둘은 아주 친해졌다.
그 장면을 보면서 유리가 남의 변화에 민감한 사람이 아닐까 생각했다. 한아만큼은 아니어도 그의 변화를 느끼고 태도가 바뀌었으니 말이다.
지구인 경민과 함께 실종된 가수 아폴론과 그의 팬인 주영의 이야기도 신선했다.
그들의 캐릭터와 이야기도. 일반적인 이야기에선 우주적 스타가 되기위해 우주로 간 아폴론을 팬인 주영이 따라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주영은 망설임도 없이 떠나버렸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이것도 독특한 결말과 일맥상통하는 것 같다.
남겨질 날 좀 이해해줘. 너 없이 어떻게 닳아가겠니.
지구에서 한아뿐 p220
외계인 경민은 당연히 한아와 수명이 달랐다. 시간이 흐르고 한아가 임종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 한아에게 현생의 기억을 가지고 다시 한번 살아가지고 말한다. 난 그저 둘이 살아가는 모습 일부분만을 보여주며 결말을 낼 거라고 예상했었다.
뒷이야기는 상상으로 남을 줄 알았다. 그러나 그런 예상과는 달리 에필로그에서, 저렇게 말하는 경민을 보니 참 경민답다는 생각을 했다. 한아도 결국은 동의를 하면서 이야기는 끝이난다.
대사가 서정적이고 글의 분위기도 경민과 한아처럼 차분하지만 독특하고 즐거웠다. 정세랑작가님의 통통튀는 아이디어를 정말 좋아하는데 이 글도 역시 그랬다. 별을 바라보는 걸 좋아하는 나도 혹시 다른 별에 사는 누군가를 지금 바라보는 게 아닐까하는 상상을 해보았다.
그 둘은 앞으로도 평범하지 않고 독특한 사랑을 할 거 같다.